대전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매년 무더위에 고생하는 경비원들을 위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가 관심을 끄는 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비원에 대한 소위 '갑질'과 대비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여름에 경비실에 들어간 본 사람은 느꼈겠지만 찜통이 따로 없다. 6㎡ 남짓한 비좁은 경비실에서 더위와 싸우며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애로는 이만저만이 아닐 거다.

이 아파트 주민 1200명 중 618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유효표 461표 가운데 456표가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찬성한 걸로 나타났다. 반대는 불과 5표로, 유효표 대비 98%가 에어컨 설치에 찬성한 셈이다. 압도적인 찬성에 주민들도 놀라워했을 정도다. 에어컨 설치로 주민들이 추가로 내야 할 비용은 가구당 매월 100원 미만이라니 별 부담은 없을 듯하다. 가정용 보다 저렴한 공용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료부담이 적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꽤 많다. 이런 곳에선 경비원들이 폭염을 견디며 근무해야 한다. 고령의 경비원들은 더 힘들다. 서울시가 올해 아파트 단지 경비실 에어컨 설치 여부를 전수조사 한 결과 냉난방기가 있는 경비실은 64%로 집계됐다. 경비실 3곳 중 1곳은 에어컨이 없다는 얘기다. 우리지역의 실정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결정할 사안이다. 물론 에어컨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나름 이유가 있을 터다.

아파트 주민들의 경비실 에어컨 설치 결정에 지방의회가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화답했다. 대전 서구의회가 이 아파트 경비실에 태양광 패널을 무상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별도의 전기료 부담 없이 냉난방기를 가동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가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독려하고 나선 것도 경비실의 근무환경개선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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