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빵·도시락으로 점심 해결
학부모, 파업 연장 노심초사
단축수업땐 맡길 곳 없어
학교·식재료 업체도 걱정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세종시 아름초등학교 학생들이 급식실에 보관해 놓은 빵 가운데 학급에 배정된 빵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세종시 아름초등학교 학생들이 급식실에 보관해 놓은 빵 가운데 학급에 배정된 빵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3일 학교 비정규직이 파업에 돌입한 첫날 대전서부 관내 K초등학교.

K초등학교는 대전서부 관내에서 파업에 참가한 11개 학교 중 한 곳이다.

이 학교의 경우 종사하는 급식조리원 4명이 모두 파업에 참가해 이날 급식이 전면 중단됐다.

적막감마저 맴도는 텅 빈 급식실 식탁에는 식판 대신 학교에서 미리 준비한 카스테라 빵 봉지와 복숭아 주스가 놓여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4일전 인근 베이커리에 미리 연락을 취하면서 차질없이 빵을 구비 할 수 있었다”며 “그나마 다행인 경우”라고 전했다.

파업 참가 여부와 인원 파악이 마지막까지 불투명했던 다른 학교의 경우 빵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업을 앞두고 제빵업체의 지점과 본사에 주문이 쇄도하면서 물량이 동나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학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3교시가 끝난 시간.

담임교사들이 한 명, 두 명 급식실에 내려와 영양사로부터 빵과 주스를 챙겨 교실로 돌아갔다.

사전 가정통신문 발송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시락을 지참했지만 일부 학생은 학교의 우려대로 미처 가져오지 못해 빵과 주스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이날 이 학교에서는 모두 6명의 아이들이 도시락을 챙기지 못했다.

영양사는 혹여나 파업이 장기화될까 노심초사였다.

3일 학교 비정규직이 파업에 돌입한 첫 날 오전 11시 30분. 점심 준비로 가장 분주해야 할 시간에 대전서부 관내 한 초등학교의 텅 빈 급식실에는 적막감마저 맴돌고 있다. 윤희섭 기자.
3일 학교 비정규직이 파업에 돌입한 첫 날 오전 11시 30분. 점심 준비로 가장 분주해야 할 시간에 대전서부 관내 한 초등학교의 텅 빈 급식실에는 적막감마저 맴돌고 있다. 윤희섭 기자.

급식조리원 종사자들은 3일 단 하루만 파업에 참가한다고 했지만 자칫 하루라도 연장할 경우 신경써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식단에 맞춰 미리 주문을 했던 식재료의 보관문제를 꼽았다.

학교 급식실 관계자는 “미리 선발주가 들어가야하는 수산물 등은 하루라도 납품을 미룰 경우 업체 자체적으로도 보관이 어렵다”며 “미리 납품이 가능한 제품은 식단을 조정해 학교에서 보관하는 식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지만 선발주 해야되는 품목은 취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되면 피해는 온전히 해당 업체가 입게된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는 선발주된 품목을 납품 취소 하게될땐 업체와의 마찰이 불가피해져 단축 수업을 감행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3일간 전개되는 파업에 참가한 급식조리원들이 참가일을 하루라도 연장할까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학부모들이다. 

단축 수업을 하게되면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K초교는 파업 참여 연장까지 고려해 아이들의 대체식을 파업이 끝나는 5일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대전지역에서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전체 공립 266개교 중 48개교로, 비정규직연대회의 지역조합원 전체 4372명 중 9.5%인 414명이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에서는 노조원 1167명 가운데 577명이 파업에 동참해 총 77개교에서 대체 급식이 이뤄졌다. 

충남은 전체 742개교 중 97개교, 충북은 도내 496개교 중 113개교에서 각각 급식 차질이 빚어졌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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