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새로 임기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세종의 교육가족 모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열고자 정성을 다하셨다. 지역사회와 시민들도 따뜻하게 응원해 주셨다. 그 정성과 응원이 학교와 마을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너른 품으로 만들어 주었다. 세종 교육가족과 시민들이 늘 든든하고 고맙다.

지난해부터 가장 많이 듣고 나눈 이야기는 ‘학력’이었다. 폭넓게 보면 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갈 힘’이다. 배움은 그 힘을 기르는 과정이고, 교육은 배움이 잘 이뤄지도록 돕는 일이다. ‘학력’을 기르는 일이야말로 학교와 교육청에서 가장 가운데에 둬야 할 일 임에 틀림없다.

교육감 선거 기간 세종시 학생들의 수능 성적과 대학입시 성과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입시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절박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학력’은 대학이라는 가까운 미래의 문을 열기 위한 열쇠로 여겨진다. 교육은 가까운 미래, 먼 미래를 모두 아우르며 중심을 잡아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실감했다.

지난 3월에는 ‘기초학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교육부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중·고등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서둘러 발표했고 정치권은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에 나섰다. 법은 국회에서 언제 통과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나 교육부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법의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 많은 시도교육청에서도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세종시교육청도 학습결손이 없도록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장과정에 맞는 다양한 학습을 지원하고, 기초학력 부진의 요인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한글교육 시간을 확대하는 등 한글책임교육을 강화하고, 맞춤형학력프로그램과 학습종합클리닉센터 등을 운영하여 학습 부진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수학 포기자 발생을 조기에 방지하기 위해 초등학교 중학년 수학시간에 2명의 교사가 협력 수업을 하는 협력교사제 시범 실시도 준비하고 있다.

기초학력 보장은 개인의 인권과 교육권을 실현하는 일이다. 그 뿐만 아니라 민주사회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일 이기도하다. 이제는 무상 급식, 무상 교복 등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적 교육복지는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정 수준의 학력을 책임지는 학습복지, 책임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따라서 기초학력 저하 현상에 대해 신속한 대책을 수립하고 최선을 다해 추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다만 기초학력 책임교육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 꼭 짚어 봐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기초학력’의 정의 변화된 사회와 미래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 세상이 변화하기 때문에 살아갈 힘인 학력에 대한 정의 또한 바뀔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중시되던 능력이 쓸데 없는 것이 되기도 하고, 새롭게 필요한 능력이 생겨 나기도 한다. 지식만을 중시하는 학력관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다. 다양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새로운 학력관은 국가 교육 과정에도 명시되어 있다.

둘째 새로운 학력에 대한 정의에 따라 이를 평가, 측정하는 방법도 바꿔야 한다. 이미 교육선진국에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표준화 검사나 실패한 일제고사를 부활하거나 지나친 학습량과 경쟁을 유발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

셋째 꿈과 끼가 모두 다른 아이들이 각자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여러 갈래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세종에서 하고 있는 캠퍼스형공동교육과정이나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고교학점제와 자유학기제가 그 길이 될 수 있다.

기초학력 보장은 민주사회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책임교육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과거형 학력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힘이 되도록 해야한다. 아이들이 다양한 학습과 경험을 통해 그 힘을 기르도록 하려면 학교를 넘어 수많은 삶을 만날 수 있는 마을과 지역 사회로 배움터가 넓어져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 우리 모두의 미래를 여는 길에 마을과 시민들의 동참과 응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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