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마늘, 감자 등 주요 밭작물의 작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시름은 깊기만 하다. 한해 농사를 잘 지엇다면 풍년가라도 불러야 하나 가격 폭락에 오히려 울상인 것이다. 일부 농가들은 수확을 해봤자 품삯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애써 키운 농작물을 갈아엎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양파, 마늘 파동이 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오죽하면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양파농가 돕기에 나섰겠는가. 농부들은 흉년이 들어도 걱정, 풍년이 들어도 걱정이다.

충남도와 일선 시·군이 양파, 마늘, 감자 등 주요 밭작물 소비촉진 운동에 나선 이유다.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자 공무원들부터 팔아주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은 소비 진폭이 작아 생산량이 많으면 값이 떨어지게 돼 있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다. 그래서 소비량을 정확히 예측해 재배면적을 정해야 한다. 주요 밭작물 가격 폭락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1일 기준 서울 가락시장 깐 마늘 가격은 ㎏당 4625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6648원에 비해 30.4%나 떨어졌다. 서산, 태안은 마늘의 집산지이다. 2019년산 마늘 재배면적은 2만7689㏊로 지난해 2만8351㏊ 보다는 줄었지만 평년의 2만3728㏊를 크게 웃돈다. 여기에다 기상호조로 생산량이 늘어 36만t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평년의 마늘 생산량은 30만5000t 정도다. 양파가격도 평년보다 40% 안팎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공무원들만의 농산물 팔아주기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에 납품물량을 늘리고, 아파트 부녀회 등을 통한 소비촉진을 모색해 봄직하다. 몇몇 지자체에서 양파 수출을 성사시켰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렇게 판로를 적극 개척해야 한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해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을 도와주자. 당국은 과잉 농산물에 대한 시장격리 등 다각적이고도 선제적인 조처로 수급안정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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