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림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최근 대학가에서는 소위 RC(Residential College)로 불리는 정주형 기숙사에 대한 관심이 크다. RC프로그램이 학령인구 감소와 4차산업 혁명 등 한 치 앞 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적 불안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주목되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RC는 생소한 개념이나, 하버드 등 해외 명문대학에서는 일찍이 실행해 온 교육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대학은 위기의 시대를 맞았다. 위기의 근원은 4차산업 혁명과 학령인구 감소 등 외부에 기인하지만, 위기 극복은 교육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내부역량에 달려있다. 특히 IT혁신 등 정보기술에 기반한 미래 사회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고 기술 혁신이 눈부시게 이뤄지며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시대가 열렸다.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는 다른 말로 정답이 없는 시대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보다 높은 사유의 힘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창의적인 답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 능력은 우리 사회에 턱없이 부족한 부분이다. 그동안 선진국이 미리 정해 놓은 정답과 지식을 모방해 성장을 이뤄 온 우리에게 이 낯선 세계는 위기이자 고난이다. 무엇이 발생할지 모르는 오늘날의 정세 속에 고정된 정답을 골라내고 남이 만든 정답을 복사하는 방식에는 일류로 도약할 길이 없다.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낡은 틀을 벗고 더 나은 방식을 추구하는 새로운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충남도립대학교는 올해 교내 신규 기숙사 설립과 함께 RC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지난 1학기, 학생들 스스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요청하고 이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대학이 제공하는 형식으로 RC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다양한 요청 가운데 실천 가능한 14개의 프로그램을 선정·운영했고, 지난 1학기 신입생 310명이 참여하며 활기를 보였다. 이들은 각자 모임에서 서로 다른 전공과 배경을 지닌 학우들과 협력하며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관계의 힘을 배웠다.

충남도립대가 RC를 통해 던진 화두는 명확하다. 자기 호기심에 기반한 창의적이고 자립적인 교육의 가능성을 찾는 동시에 관계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감각을 키우는 교육혁신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충남도립대학교는 스스로 배움의 방향을 설정하고, 관계를 통해 새로움을 창안하며,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교육 혁신의 실마리를 RC를 통해 풀어내려 한다.

올해 1학기 RC프로그램은 다행이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수요조사를 실시하여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향후 RC는 교직원에게도 확대해갈 계획이다. 교직원의 참여는 학생 개인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이는 대학생활 적응과 공동체 의식 함양으로 이어지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 뿐만 아니라 RC 해외봉사 추진, RC 지역공연, RC 파워블로거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가려 한다. 바라건대 RC가 기존 교육의 한계를 넓히고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혁신의 징검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공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기 위한 충남도립대학교의 노력에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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