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달 25일 비올연주의 대가이자 고음악 지휘자로 활약하는 조르디 사발(Jordi Savall)과 르 콩세르 데 나시옹(Le Concert des Nations) 앙상블 팀이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다. 17~18세기 음악을 역사적으로 해석해 과거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모습은 바로크 음악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바로크 음악은 이전 르네상스 음악이 무엇인지 알아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바로크라는 말 자체가 르네상스 음악과 대비되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르네상스는 조화로운 음색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즉 미술에서 색의 명암과 선이 분명히 드러나듯 음악에서도 구조와 가사에 따른 울림선이 뚜렷해진 것이다. 그 결과 르네상스 음악은 기악반주 없이 성악음악만으로 강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과 같은 순수한 소리를 구현했다.

한편 1600~1750년 사이 바로크 음악은 르네상스 음악이 변형됐다는 시대 개념을 품고 있다. 우선 바로크(Baroque)라는 용어가 진주가 찌그러졌다는 프랑스어 바로코(Barroco)에서 유래했다. 진주는 흠이 없고 완전해야 보석의 가치를 지니는데, 투명하고 균형감각을 지닌 완벽한 음악에 흠이 생긴 것으로 본 것이다. 20세기 음악학자들은 르네상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협화를 품고 과장된 선율과 리듬을 지닌 음악을 바로크 음악으로 지칭했다.

18세기 바로크 시기는 이탈리아가 주도권을 쥐고 악기, 음악용어, 장르를 발전시켰다. 첼로의 전신인 비올 악기가 흥했고, 피아노가 등장하기 이전 하프시코드가 건반악기를 지배했다. 악기가 발달하면서 기악연주가 주도권을 잡자 자연히 독주와 합주가 서로 경쟁하는 콘체르토 개념도 생겼다. 여리고 센 피아노, 포르테 용어와 바흐, 비발디, 헨델의 협주곡이 이 때 발생했다. 연극과 음악이 결합해 사람의 마음에 휘몰아치는 강렬한 감정을 드러낸 오페라가 나온 것도 바로 이 시기다. 르네상스 음악처럼 여러 성부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 가사의 의미를 최대한 반영한 하나의 선율로 극의 정서를 표현하니 역동적으로 용솟음치는 바로크 음악이 전면에 등장했다.

지휘자 조르디 사발은 발굴되지 않고 묻혀있던 시대악기 비올을 연구하고 바로크 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역사 연주의 대가다. 그가 이끄는 앙상블 팀은 이론을 실제 소리로 재현하며 관객을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음의 향연으로 이끌었다. 생생한 울림으로 바로크 음악이 무엇인지 지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던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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