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상품]
기업 732곳 3조 3000억 피해
금감원, 분쟁조정위 개최 예정
피해보상규모 20~30% 전망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10년여간 답보 상태를 거듭했던 ‘키코’(KIKO)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불완전 판매 여부를 판단키로 하면서 충청권 피해 중소기업들의 구제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키코 사태 피해 보상의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실제 은행들이 보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중순경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키코 사태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키코는 일정범위 내에서 환율이 변동할 경우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도록 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시중은행들은 갑작스런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 최소화 보장을 강조하며 수출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해 왔다.

키코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거듭하던 2000년대 중반에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도래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폭등하면서 상품 가입 기업들이 큰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당시 피해기업들은 키코 상품이 기설정된 환율 범위보다 크게 오를 경우 기업이 은행 측에 보상을 해야 하는 은행에 유리한 상품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소송에 나섰지만, 대법원이 ‘사기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분쟁은 매듭지어지지 못했다.

현재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키코 사태로 인해 732개 기업이 3조 3000억원가량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규모면에서 수출자금 보호가 절실한 중소기업들이 키코 상품에 가입하는 비율이 높았던 만큼, 중소규모 수출기업이 포진해 있는 충청권에서도 상당한 피해규모를 형성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해 중소기업 대부분 은행의 가처분 신청 및 키코 계약이행에 따른 손실보상액 마련을 위해 본안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지역 내 피해 규모는 쉽사리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관련 업계 등은 금감원의 이번 분쟁조정위가 키코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피해 기업들의 개별 소송 사례에서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가 있었다고 인정한 부분을 근거로 들면 서다.

여기에 금감원이 불완전 판매로 판단을 내릴 경우 키코를 판 은행들에 피해액의 20~30%를 배상하라고 권고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권고를 따를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지역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는 해당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미 배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금감원의 권고안은 지지부진한 분쟁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여론전’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주거래 은행의 권유로 키코를 가입한 후 도산 위기를 맞이하면서 피해자금 조달에 급급하다보니 수출거래가 끊긴 수출 기업이 상당하다”며 “부도,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신용등급 강등 등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는 피해 기업들을 위해 일정 수준의 타협이 아닌 구제의 길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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