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 서산시의회 의장

지난해 국내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인 더 더스트'는 미세먼지를 주제로 다룬 영화다. 흥미로운 소재지만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이제 미세먼지는 영화의 소재가 될 만큼 우리네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

지난 3월에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미세먼지가 법률상 재난으로 규정됐다. 미세먼지의 배출량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의 설치·운영 규정을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변경하는 특별법 개정안도 함께 통과됐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배출량 정보를 수집·분석해 원인별 맞춤형 대책을 내놓게 된다. 각 지자체마다 저마다의 이유를 내세우며 유치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는 가운데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서산시에 설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충청남도는 전국 16개 시·도 중 미세먼지 발생원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충남 서해안권에는 미세먼지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요인으로 손꼽히는 석탄 화력발전소 30기가 위치해 있으며 이는 전국 석탄 화력발전소 60기의 5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환경부의 '2018년도 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충청남도는 7만 5825t으로 23%를 차지하며 전국 1위다.

서산시는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서산시 대산읍에는 여수, 울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의 하나인 대산공단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60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그 중 덩치가 큰 5개의 기업은 매년 5조 원의 국세를 납부한다. 하지만 기업들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대산읍이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급격하게 심해진 도시라고 콕 찍어서 언급했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라 서산시 인근에는 태안화력과 당진화력, 대형 제철소 등 다량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와 2차로 생성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원의 체계적 관리가 매우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먼지는 국경이 없는 만큼 인접한 나라와의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이 필수이다. 서산시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 중국 발 미세먼지 등 국외 유입 대기오염물질 관찰이 용이하다. 향후 국제 공조체계 구축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이 병을 고치려면 환부가 어디인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뜬 구름 잡기식 대책이 아니라 발생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이에 근거해 합리적 대책을 내놓아야 실효성이 있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는 국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옷맵시가 살아나듯 센터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입지 선정부터가 중요하다. 서산시는 미세먼지 관련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돼 있는 만큼 센터 설치에 최적화된 위치다.

또한 서산에 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전력 생산과 석유화학, 제철 등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해 온 220만 충남도민과 18만 서산시민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현명한 선택과 판단으로 영화 '인 더 더스트'가 현실이 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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