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공섭 대전문화원연합회장

동해를 달리는 해안 코스는 해풍(海風)과 어우러진 해송(海松)의 진한 향이 파도소리와 함께 하면서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이 환영한다.

그러나 그 풍광처럼 그 사람들의 삶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것 많은 아니다. 그곳에 거친 바다를 텃밭 삼아 살아가는 어촌의 삶은 농경의 그것보다 거칠고 위험하다. 그래서 인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민속신앙(民俗信仰)에 깃든 전설(說傳)과 설화(說話) 또한 죽음과 성에 관련된 원초적인 내용들이 많다.

남녀유별을 근본으로 성에 관한 표현과 행위를 비밀스럽고 음탕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직계 위주의 전통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농경문화의 지배적인 사상이기 때문이다. 거칠고 위험한 바다의 삶과 제례를 중심으로 하는 그들의 문화는 일면 거친 듯 보이지만 원초적이고 꾸밈이 없어 보인다. 남녀의 성을 표현하거나 성기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민간의 풍습은 매우 다양하다. 민속으로 나타난 성은 숭배의 대상으로 신앙 시 되는 것과, 금기로서의 양면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성을 남녀로 구분할 때 남성보다는 여성에 더 많은 제약과 금기 사항을 두고 있다. 예컨대, 동제(洞祭·부락의 수호신에게 무병·평온무사·풍년을 빌던 제사)에서 여자의 임신이나 출산, 월경 등을 부정과 불길한 징조로 보았다. 금기사항을 어겼을 경우 직접 제례를 맡았던 제관 자신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화를 입거나 재앙이 닥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민속 문화에서의 성적인 표현은 간접적인 상징성, 직접숭배 그리고 주술적인 의미를 띤 성기신앙으로 나눌 수 있다. 줄다리기에서의 암줄과 수줄의 결합이나 가면극에서의 성행위는 사회풍자적인 상징성이 있다.

또 실제의 성기를 모조했거나 비슷한 암석·선돌·양석류(陽石類)에 대한 성기암 신앙 그리고 당제의 신물(神物)로 봉납(捧納·물건을 받쳐 올림)되는 성기신앙 등이 있으며, 이밖에 자연지형에 성적 의미를 결부시킨 풍수도참사상을 예로 들 수 있다.

삼척에서 동해를 바라보며 울진으로 향하는 7번국도 신남마을에는 풍랑에 휩쓸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처녀를 위로하는 작은 사당인 해신당(海神堂)이 바다 끝자락에 해송과 함께 자리한다. 억울한 처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남성의 성기를 본딴 나무 조각을 매년 정월대보름과 10월 첫 번째 오(午)일에 조각해 바치며 성황제를 지낸다. 오午일은 12간지 중 성기가 가장 크다는 말(馬)의 날이다. 사당 뒤편 벼랑 위 향나무로 만들어진 신목은 처녀의 영혼을 상징한다.

이곳 해신당 전설의 주인공인 처녀(애량)와 총각(덕배)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미역작업을 위해 총각은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처녀를 태워주고 다시 돌아 올 것을 약속하고 돌아간다. 그런데 갑자기 거센 파도와 심한 강풍이 불어 처녀(애랑)는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이후 이 마을에는 처녀의 원혼 때문에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게 된다.

어느 날 한 어부가 고기가 잡히지 않자 바다를 향해 오줌을 쌌더니 풍어를 이뤄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 이 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이 되면 나무로 실물모양의 남근을 깎아 처녀의 원혼을 달래는 제사를 지내게 됐다. 지금도 이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음력 10월 첫 오일(午日)에 남근을 깎아 매달아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삼척시 원덕읍의 신남리의 해신당 공원에는 마을의 특색을 살린 갖가지 남자 성기 모양을 조각가들의 예술혼藝術魂을 기울여 작업한 작품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설치해 성 민속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공원에 대포처럼 담대한 성기는 애랑 낭자의 원혼을 달래주려는 것처럼 그곳 애랑 초상을 향해 거총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있었다.

‘해신당 성 민속공원’은 이채로운 관광지다. 옛 부터 전해오는 남근숭배풍습과 지역에 전래되는 전설을 관광에 접목한 것으로, 전시관에는 각국의 성 문화가 전시돼 있어 외설적인 느낌도 다소 들지만 예술과 역사 그리고 전통이 한데 어울린 독특한 문화가 형성돼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 지방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설화나 전설은 소중하게 보존돼야하며, 기록돼 후세에 전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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