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 신문>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사업단 단장

천만 애완동물 시대다. 산책길 개와 함께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족처럼 대접 받는 개다. 예로부터 개도 종류가 있고, 종류 따라 대접도 달랐다. 크게 견(犬)과 구(狗)로 구별하였다. 사전적으로 구(狗)는 앞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또 몸집이 큰 개를 견(犬), 작은 개를 구(狗)라 했다.

일상생활에서 견과 구를 달리 사용한 것도 흥미롭다. 견공(犬公)이란 의인화된 표현을 써가며 그 풍채와 지조를 강조했던 진도견과 풍산견이 있다면, 줏대 없이 마구 짓다가도 무서운 존재가 나타나면 꼬리를 내리는 일명 황구(黃狗), 백구(白狗)도 있다. 한자 어원상 큰 차이는 없지만 훗날 그 격이 달라졌다. 한동안 애완견(견공)과 식용(황구, 백구)을 구별하려 했던 몸부림도 이를 기준하였으리라.

이제 개는 한갓 동물이나 가축이 아닌 가족이 되었다. 명칭도 개가 아닌 동고동락하는 인생의 반려견이다. 애완견을 자녀처럼 대우하며 부르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몸이 불편한 사람, 독거노인의 반려자 견공들의 감동적인 활약상은 사람보다 낫다는 칭송도 듣는다.

가족을 대신하는 애완견, 그렇다면 효와 사랑의 대상으로 애완견이 등장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자녀의 부모에 대한 도리가 효이고 그 전제조건, 부모의 자녀사랑이 가족문화의 중심이라면, 엄연한 가족의 일원이 된 개가 효와 사랑의 주체이자 대상이 된 것도 자연스럽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과 공경의 효개념이 사람과 개로 확대된 것이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개가 자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으로 자녀사랑을 대신하고, 또 그 개가 인생의 반려자로 외로움을 달래주고 자식들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효를 실천하고 있다. 자식들이 못하거나 안하는 일들을 개가 묵묵히 대신한다면 이는 통탄할 일인가 아니면 고마운 일인가.

이제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현대적 효를 논하며 인간의 사랑과 공경의 자리에 애완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안타깝다. 그래도 사랑과 공경의 효개념 중심에는 당당히 인간이 있고, 이를 끝까지 고수하며 추구해야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달라진 현대사회 한국효문화진흥원의 역할과 책무가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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