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 신문>
병상에 계신 어머님께…

"엄마, 재미있는 얘기 해줘", "얘기 좋아하는 사람은 다 가난하게 산다더라", "그래도…", "옛날 옛날에 한 처녀가 살았더란다. 그 처녀가 시집을 갔는데, 거참! 시집을 간 날부터 얼굴 안색이 안 좋더니 누렇게 뜨더란다."

엄마는 뜨개질하시며 또는 바느질하시며 매일 밤 옛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듣는 나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가 더 행복해 보인 건 내 착각이었을까?

2015년 2월 마지막 날. 엄마는 노인정에서 돌아오던 길에 넘어져 뇌진탕 진단을 받은 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뇌진탕으로 인해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엄마가 너무 낯설고 슬퍼 얼굴을 마주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엄마의 몸은 마른 장작처럼 굳어갔다.

그러던 엄마가 날마다 조금씩 좋아지시더니 2016년 8월 마지막 날, 일주일마다 찾는 나를 반기며 말씀하셨다. "양숙아, 나 이제 주기도문이 다 기억난다. 어제까지도 기억나지 않았는데 오늘 기억이 다 나서 끝까지 했어. 참 신기하게도 그게 다 기억나."

그날 이후 엄마의 처절한 재활이 시작되었다. 일어서는 연습을 하고 한 발 한 발 걸으시더니 보행기를 의지하여 산책도 하셨다. 요양병원에서 엄마는 기적의 할머니였고 다른 환자의 본보기였다.

하지만 엄마의 시련은 그렇게 쉬이 끝나지 않았다. 어느 날 또 넘어져 대퇴골 골절 수술을 받으셔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재활에 성공하셨는데 한순간에 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 이후 엄마의 건강엔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매일 누워계시니 신장과 방광에 문제가 생기더니 이제는 폐에 물이 가득이란다. 흉수 시술을 하며 엄마는 몹시도 고통스러워하셨다. 그 고통을 참고 이겨내느라 얼굴이 새빨갛게 퉁퉁 부으셨다. 그 고통을 보는 것이 우리에겐 또 고통이다.

이제, 침상에 누우신 87세의 엄마 곁에 앉아 간절히 기도한다. 매일매일 엄마의 삶이 부디 평안하기를…. 정양숙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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