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청주서부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지난해 여름, 역사상 최악의 폭염이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5월 15일에 광주에서 처음 시작된 폭염특보는 점차 전국적으로 발효되더니 7~8월 동안 절정을 이루며 우리나라 전체를 끔찍한 무더위로 몰아넣었다. 특히 8월 1일은 전국 대부분의 최고기온이 40℃를 웃돌며 관측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다. 오랜 기간 지속된 살인적인 폭염은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4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쓰러지고, 논에서 일하던 80대 노인이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하는 등 작년 5월부터 9월 2일까지 전국 500여개 응급실로 보고된 온열질환자는 4515명,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48명이었다. 이는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갱신한 수치였다. 폭염은 더 이상 기상현상이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선 미리 폭염에 대비하고 적절히 대응하여야 한다.

소방청 '폭염 행동요령'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항상 기상 상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TV나 라디오, 인터넷을 통해 무더위와 관련된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만약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을 경우 되도록 외부활동은 삼가야 한다. 특히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실외 작업 등은 피하는 게 좋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신체허약자, 환자 등을 남겨두고 장시간 외출할 때 친인척, 주변 이웃에게 보호를 부탁하고 만약 주변의 독거노인 등 건강이 염려되는 이웃이 있다면 수시로 안부를 살펴봐주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외부활동을 해야 한다면 꼭 창이 긴 모자나 썬크림 등을 통해 햇빛을 차단하고, 열사병 등 온열질환의 증상과 가까운 병원 연락처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온열질환(열사병, 열경련, 땀띠 등)에 대한 증상과 대처방법을 알아야 빠른 대응으로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의 경우 아무리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도 35℃를 훌쩍 넘는 햇빛을 장시간 쐬면 매우 위험하다. 당장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더라도 뜨거운 햇빛은 강한 자외선으로 피부에 자극을 주어 노화를 촉진하고 장기간 쐴 경우 심하면 피부암에 걸릴 수도 있다. 따라서 절대로 간과하지 말고 이와 같은 행동요령 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야한다.

정부차원에서도 폭염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소방청에서는 여름철을 맞아 소방 폭염 종합대책을 세우고 이달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폭염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전국 119구급차 1420대에 얼음조끼, 얼음팩, 전해질 용액, 물 스프레이 등을 비치하고 전국 구급센터에서는 온열 질환 응급 의료지도와 상담을 강화한다. 또한 전국 219개 소방서에 119무더위쉼터가 설치되어 방문객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폭염 관련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전 세계적 기후변동은 우리나라 기상악화를 더욱 심하게 만들고 있다. 여름철 폭염이 찾아오는 시기 또한 점점 더 빠르고 더 길게 나타나고 있으며, 당해 여름 최고 온도는 연일 갱신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폭염 문제에 국민 모두가 더욱 관심을 갖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아무리 뜨거운 여름이라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 여름철 폭염, 철저히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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