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외과 교수

지난 5월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위암 및 유방암에 대한 적정성 평가 결과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했다. 쉽게 설명하면, 위암과 유방암 치료를 잘하는 1등급 병원을 선정하고 공개함으로써 환자 및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어렵고 불안한 일일 수 있는 병원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적정성 평가가 환자나 일반인에게만 도움을 주는 제도는 아니다. 사실 적정성 평가를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민감해 하는 집단은 의사와 병원이다. 1등급 병원에서 탈락하거나, 나쁜 점수를 받는 경우에는 의료진과 병원 모두 곤욕스럽고 난처한 상황에 빠지고,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 평가 기준에 맞게 병원의 진료 행위를 수정하거나 보완하기도 한다. 이제는 병원이 다른 병원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과잉진료, 부적절한 진료 등을 피하며, 소위 '적정한 진료'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아니 더 나아가서 입원기간을 줄이고,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무언의 압력이 받고 있기도 하다.

심평원은 이러한 적정성평가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해당 질환에 대해 치료를 잘한다고 생각되는 소위 '1등급' 병원이 지역별로, 병원의 종류별로 골고루 분포함으로써 적정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어느 곳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서다. 물론 이러한 분석은 의료계에서도 나름대로 인정하는 평가의 바람직한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 이러한 자료를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검증된 정보의 제공이라는 측면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공개된 결과와 평가는 조금은 생각을 달리 할 수도 있을 여지가 있다. 특이 해당 질환에 대한 입원기간에 대한 평가가 그러하다.

말하자면 입원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우수하다는 해설을 첨부 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말은 곧이곧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물론 짧은 입원기간은 해당 의료비용을 줄이는 경제적인 효과는 분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원기간은 의료서비스의 질에만 의존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환자 자신과 관련된 부분도 입원기간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인자다. 또한 질환별로 적정한 입원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평균값이 공개되고, 평균보다 길면 우수하지 않은 병원이라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필자가 몇 년 전 연수를 다녀왔던 일본의 유수한 위암센터에서도 위암 관련 입원 기간이 우리보다 짧지는 않았다. 그 당시 우리나라 대형병원의 위암 관련 대략적인 입원기간을 알려 주었을 때 '그렇게 빨리 퇴원하면, 환자가 힘들어 하지 않나요?'라고 되묻던 일본 의료진들도 있었다.

진료에서 적정성 그리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라는 것을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비용과 효과의 균형이라는 경제적인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의료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질병과 건강에 대한 활동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논리로 본다면 동일한 결과에 대해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을 제시한다면 가장 좋은 선택지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국가의 관리 하에 제한된 재정을 나누어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의료 서비스의 전반에 있어 우선순위가 된다면 자칫 획일적이고, 틀에 박힌 의료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의사와 환자 모두가 만족해하는 진료실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위암환자의 퇴원을 독려하는 사람이 되었다. 불편하고 불안하다는 말은 입원기간 연장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될 수 있으면 입원기간을 줄이려고 한다. 불필요한 입원기간을 줄이고 병원에서 생길 수 있는 나쁜 영향으로부터 환자를 보호가기 위한 부분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적정성평가 결과를 염려해서이기도 하다. 입원기간이 짧은 1등급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가끔은 이런 내가 합리적인 의사인지 매정한 의사인지 구분이 모호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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