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환자' 포함해도 수술·항암치료 좋아져 5년 생존율 90% 이상
유방 상실이 부르는 우울감도 '종양성형수술'로 극복 가능

▲ [연합뉴스TV 캡처]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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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유방암, 이제 '절망의 질환' 아닙니다"

'4기 환자' 포함해도 수술·항암치료 좋아져 5년 생존율 90% 이상

유방 상실이 부르는 우울감도 '종양성형수술'로 극복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은규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김길원 기자 = #. 최모(33)씨는 2016년 오른쪽 가슴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진단 당시 병기는 3기 초반으로, 광범위한 '미세석회'(유방 조직 내에 석회질이 쌓인 상태)를 동반하고 있어 부분절제술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피부·유두 보존 유방절제술'을 통해 암 덩어리를 제거하면서 복원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혼인 최씨에게 이런 결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어떤 방식의 복원 수술을 할 것인지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일단 보형물을 이용한 복원 수술은 수술 후 방사선치료 시 합병증이 심하다는 점 때문에 제외했다. 대안으로 뱃살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추후 임신 때 배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어 조산 위험성이 큰 게 단점이었다. 다행히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복원 수술에 필요한 용량의 내장지방(대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피부·유두 보존 유방절제술과 대망을 이용한 동시복원 수술을 시행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씨는 현재 수술 후 방사선치료까지 합병증 없이 무사히 마친 상태다. 최씨는 "수술 흉터도 거의 보이지 않고, 유방의 모양과 촉감도 반대쪽 가슴과 거의 차이가 없어 새 삶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다가오는 겨울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방암은 이제 갑상선암을 넘어 여성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 됐다. 매년 새롭게 유방암으로 진단받는 여성만 2만명이 넘는다. 더욱이 2011년 이후 전체적인 암 발생률이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지난 10년간 유방암 환자 수는 2배 넘게 증가했다.

지금 같은 증가 추세라면 현재 20대인 여성은 13명 중 1명은 살아가면서 유방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게 한국유방암학회의 분석결과다.

국내 유방암 발생은 서구에 견줘 독특한 특징이 있다. 서구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해 60∼7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50대 이하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특히 20∼30대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서구보다 무려 3배 이상 높고, 그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다.

다행인 건 유방암은 모든 암 중에서 가장 치료법이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치료법으로는 수술, 항암치료, 항호르몬치료, 방사선치료 등으로 다양하지만, 아직은 수술이 유방암 치료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된다.

과거에는 유방암을 치료하기 위해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전절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여성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유방을 잃는다는 상실감에 우울감을 겪기도 했다. 이에 등장한 게 종양과 종양 주변의 일부 정상조직만 제거하는 '부분절제술'이다. 부분절제술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점차 확립되면서 요즘은 유방암 환자 약 3분의 2가 이 수술법으로 유방을 보존한 상태에서 암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분절제술로 유방을 보존하는 경우라도 가슴의 일부가 움푹 파이는 등 어느 정도의 유방 변형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종양의 크기가 작으면 그 변형이 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작지 않은 경우에는 유방 변형 정도도 커지기에 유방 변형은 유방암 환자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현실로 받아들여 지곤 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에 등장한 게 '종양성형수술'이다. 종양성형수술이란 말 그대로 '종양수술'과 '성형수술'의 두 단어를 합친 용어다. 유방암을 제거하는 종양수술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종양수술로 발생하는 유방 결손 부위를 성형외과적 수술 테크닉으로 복원해주는 것이다. 부분절제술 이후에 생기는 유방의 변형까지 최소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부분절제술이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전절제술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최근에는 전절제술 대신 유방의 피부 및 유두를 보존하면서 유방 속 실질 조직만 제거하는 '피부·유두 보존 유방절제술'과 '동시복원수술'을 통해 환자의 상실감을 최소화하고 있다.

동시복원수술은 과거부터 널리 쓰여온 보형물, 등살, 뱃살을 이용한 복원 방법이 대표적이지만, 최근에는 앞선 최씨의 경우처럼 내장지방의 일종인 대망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감시림프절 생검술'(유방암이 전이될 위험이 높은 겨드랑이 림프절을 찾아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도입되면서 유방암 수술 시 겨드랑이 림프절을 보존할 수 있게 된 것도 유방암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 림프절을 보존하면 유방암 수술의 합병증인 림프부종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수술 치료의 발전 외에도 다양한 의약품이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치료 성적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실제 온몸에 전이가 진행되는 4기 환자를 포함하더라도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0%를 넘어섰다.

따라서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서 절대 절망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신념과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김은규 교수는 1999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수했다. 유방암 종양성형수술의 권위자로, 2014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및 유방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유방암학회 간사 및 세계유방암학회 조직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및 대한종양외과학회 부총무로 활동하며 세계 종양성형 유방수술 학회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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