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모(40) 씨는 일명 ‘숙박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유명 숙박앱 등에 내는 한 달 광고비용이 150만~200만원에 달해 광고비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 투숙객들이 숙박앱으로 예약을 하고 있어 앱을 탈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의 횡포에 소상공인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업주들은 야놀자를 포함한 숙박앱 업체들이 고액의 광고비와 수수료를 유도해 점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확대로 국내 숙박앱 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시장 1위인 야놀자 매출은 2015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1213억원으로 3년 새 300% 가량 증가했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2016년 246억원에서 지난해 686억원으로 180%가량 매출이 늘었다.

현재 숙박업체 예약의 80%가 숙박앱을 통해 이뤄진다.

숙박앱 업체들은 숙박업소의 목록을 올려놓고, 이용자들이 앱으로 예약하면 10%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앱 내 광고 위치에 따라 광고비도 별도로 받는다.

숙박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숙박업체 업주들은 매달 100만~300만원에 달하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투숙객을 잡기란 사실상 어렵다.

업주들은 예약 한 건당 10%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비슷한 예약앱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유성구의 한 숙박업체 업주는 "음식 배달앱 '배달의 민족'의 경우 주문 건당 수수료는 3%에 불과하지만 일부 숙박앱의 수수료 비율은 무려 10%에 달해 터무니 없다"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숙박업주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 까닭은 한 숙박앱의 가격 인상 움직임 때문이다.

업주들에 따르면 대전지역에선 '최고가 광고 가격이 100만원가량 오른다’는 영업직원의 말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재 숙박업자들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올라온 ‘숙박업계 고혈을 짜내는 숙박 예약앱 회사의 독과점을 악용한 횡포를 시정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에는 현재 3400여명이 동의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지난 19일 처음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회의하고, 추가 논의를 통해 대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5일에는 대전의 한 호텔에선 지역의 숙박업소 업주 60여명이 모여 숙박앱에 대한 성토의 장이 열렸다.

이들은 논의 끝에 찬성률 95%로 내달 1일부터 최대 40만원 범위 안에서 광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경남 김해 지역에선 30만원대 광고만 쓰고 다 같이 동등하게 광고 노출 기회를 갖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석준 유성숙박협회 회장은 "숙박 예약앱 업체는 '갑', 숙박업체는 '을'이라는 구조로 전락했다"면서 "앱을 사용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숙박 앱은 대전지역 가격 인상에 대해 대전지역의 독단적인 행동이라며 검토한 적 없고 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