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 손을 잡고 왔었는데 이제 자기보다 더 큰 자녀를 데리고 오는 손님들이 고맙고 기억에 남죠”

송석환(64) 신미당 대표는 대전 원내동에서 42년간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미당 송석환 대표 사진=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원내동은 ‘진잠’이라고도 불리며 100년이 넘은 초등학교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옛 어르신들이 “양반 사는 동네에 누가 기적을 울리느냐”고 호통을 쳐 서대전역에서 논산을 가는 호남선 열차가 진잠을 거치지 않고 돌아갔다는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오래된 동네에서 반세기에 가까운 업력을 자랑하는 인장과 귀금속 전문점 신미당은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선정하는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신미당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차별화된 노하우와 경험, 지속가능성 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심사위원들 조차 ‘자격이 넘친다’고 말할 정도였다.

송석환 대표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도장(인장)과 관련한 특허를 2개나 냈다.

일반 시중에 나오는 도장 재료의 경우 척관법에 따라 4푼(12mm), 5푼(15mm) 등으로 규격화 돼 있다.

그러나 송 대표는 규격을 일정하지 않게 도장 재료를 만들고 그 외형에 ‘만사형통’이란 이름을 붙여 디자인 특허를 냈다. 도장 사이즈가 시중에 파는 것과 달라 인장 위조를 방지할 수 있다.

도장 뚜껑이 잘 빠지도록 뚜껑 안에 스테인리스 스프링을 장착해 실용신안 특허도 출원했다.

▲'만사형통'도장 사진=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송 대표는 타고난 손재주를 활용해 10살 때부터 도장을 만들었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도장을 만드는 도구와 재료가 됐다.

마을 뒷산에서 나무뿌리를 캐 유리조각으로 면을 손질하고 금속 우산살로 칼을 만들어 조각했다.

지금은 변화에 발맞춰 기계사용을 병행하지만 마무리는 역시 손으로 한다.

기계로 만든 도장은 서체가 동일하지만 송 대표의 손을 거치면 세상 하나 뿐인 도장이 탄생한다.

요즘 세대는 도장보다 사인을 선호하는데 도장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송 대표는 “지금도 품격 높은 훈장에는 대통령 인장이 찍힌다”며 “사람에게 인감도장은 자신의 인격과 자산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신미당을 운영하는 42년간 마냥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IMF 사태도 겪었고 핸드폰 등 대체 수단이 등장하면서 시계산업도 하향세를 보여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스위스 고급 시계는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송 대표는 “째깍째깍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바늘이 움직이는 것이 시계의 매력”이라며 “롤렉스가 100년 넘게 사랑을 받는 것도 기계시계만이 갖고 있는 가치와 품격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금은방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며 쇠락의 길을 걷지만 오히려 신미당은 손님이 점점 늘고 있다.

시계를 수리 할 수 있는 기술자들이 많이 없어졌다는 조금은 슬픈(?) 이유에서다.

대리점에 수리를 맡기면 보름에서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신미당은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력이 있어 빠른 수리가 가능해 입소문을 듣고 찾는 이들이 많다.

송 대표가 오랜 세월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던 노하우는 바로 끊임없는 배움과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한이 됐다는 송 대표는 어느 날 더 늦기 전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2007년부터 야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그는 2008년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해 현재는 방송통신대에 다닌다.

배움으로 얻은 모든 상식과 지혜는 손님들과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사업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송석환 대표가 취득한 국가공인자격증 사진=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송석환 대표가 취득한 국가공인자격증 사진=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배우는 데 욕심이 많은 그는 업종과 관련된 인장공예기능사, 보석감정사 자격증에 그치지 않고 가구제작기능사, 농기계정비기능사 등 8개가 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기술들을 그저 돈을 버는 데만 사용하지 않는다. 업종 특성상 시간내기 쉽지 않지만 1998년부터 현재까지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에 약 250회 이상 일정금액을 후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 중구·유성구 구민에게 나무문패를 제작해 기부하고 있다.

70세를 앞둔 송 대표의 소망은 사회에서 존경 받는 사람이 되는 것과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내가 갖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사회에 꾸준히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기술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후진을 양성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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