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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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우와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6월 25일 16시 1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26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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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대원 전무이사(수필가)

방안에 '우~와'라는 소리가 맑게 퍼진다. 붉은 속살을 드러낸 수박이 신기한 한 살배기의 감탄사다. 아이는 조각난 수박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기 앞에 수박 반 덩어리와 잘게 조각난 수박이 쌓여 만족스러운가. 수박 속살을 검지로 조심스레 누르며 '우~와 우와' 잇달아 환호성을 지른다. 대상을 향하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아끼지 않는 아이다.

'우와'는 아이에게 단 하나의 언어이다. 단어를 읊조리는 고 작은 입 모양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다. 앵두 같은 입에서 터지는 맑은 목소리는 노래하듯 음률을 타는 듯하다. 일상에서 새로운 물상을 접하거나,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대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 이 단어를 활용한다.

아이가 '우와'란 한 단어를 반복하는 것 같지만, 입 모양과 표정, 몸짓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말 못 하는 아이의 리얼한 한마디에 어른의 감성도 덩달아 춤을 춘다. 한 살배기의 풍부한 감성과 완벽한 단어 구현에 감동한다.

얼마 전 지인은 흰 꽃 으아리를 발견하고 '우와~'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는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꽃이 아닌 귀에 익은 단어가 반가워 꽃으로 다가선다. 그 순간 눈앞에 첫돌 지난 손녀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간 것이다. 지인에게 '우와'는 우리 손녀가 특허 낸 단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지인은 내 말에 자신이 예전부터 쓰던 단어라고 작게 중얼거린다.

그녀에게 아이의 동영상을 보여주니 신통한 녀석이란다. '우와'는 아이가 세상과 소통의 문을 여는 단어이다. 아이의 입에서 핀 오감이 열리는 단어를 어찌 식물과 비교하랴.

듣고 들어도 물리지 않는 묘한 단어이다. 수만 단어와 문장을 열거해도 이보단 강한 마력의 언어가 있을까. 아이는 '우와' 한 단어로 문화센터와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매료시켰다는 후문이다. 돌아보니 나는 좋고 싫은 걸 별로 내색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나마 작가가 되어 물상에 관심도 높아지고 대상을 톺아보는 눈을 가지게 된 것이다. 육안이 있어도 대상을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런 사람에게 무슨 감성을 기대하랴.

내가 달라진 것 같다. 사소한 일에도 내 감정을 표현한다. 더불어 표현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수다스러운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은 아니다. 가족끼리도 속에 담은 감정을 말하지 않으면 벽이 생기고, 소원해지기 마련이다.

입으로 말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디가 아픈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인간은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감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말 많은 세상, 때론 아이처럼 단순 언어로 감성 깊이 살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여러 말이 필요 없다.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