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도에 수억원 들여 설비…보상 지침도 없어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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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정부가 내달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농가 자체적으로 남은 음식물을 사료화하는 시설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일부 농가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정부가 자원의 선순환체계를 강조하며 남은 음식물의 사료화를 유도하기도 했지만 정작 ASF가 확산 추세를 보이자 법적 기준을 모두 충족한 농가의 시설까지 보상 없이 금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남은 음식물을 습식 사료화해 먹이로 주고 있는 도내 양돈농가는 총 10곳으로 이 가운데 4곳은 종합처리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이번 금지조치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적으로 사료화를 추진해온 6곳 가운데 3곳은 소규모 농가(100두 내외)인 데다가 기준을 제대로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농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 농가(3농가·총 3000두 이상)들은 폐기물처리업 등 등록과 함께 종합처리업체 수준의 시설을 마련해 법적 기준을 모두 충족한 상태며 이러한 설비에는 수억원의 비용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앞서 농림부는 20년 전부터 남은 음식물 사료화 범국민운동을 과제로 추진해왔고 농가형 제조시설 시범사업도 병행해왔다.

해당 시범사업은 지원이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이뤄졌는지 파악되진 않았지만 사업 내용은 최근까지 유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환경부는 앞서 남은 음식물 자원화 정책을 추진해오며 사료화 시설을 포함한 자원화 우수시설을 선정하거나 불과 3년 전에는 해당 사료를 먹인 돼지를 홍보하기 위해 시식회를 열기도 했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일부 지자체에서도 음식물 사료화 사업을 적극 추진해온 정황이 포착되면서 법적 기준을 모두 지켜온 농가들은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특히 보상에 대한 지침도 마련되지 않아 당장 내달부터 관련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행정처분을 내려야 할 집행부 입장에서도 다소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자체 사료화 설비를 갖춘 농장주 A 씨는 “설비에만 3억원을 썼고 평생을 해온 생업인데 긴급사태가 있더라도 당사자와 합의를 이뤄 금지조치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며 “우리와 협의 조차 없었는데 자체시설을 갖춘 농가들은 정기검사를 받는 데다가 학교 등 단체급식에서 양질의 사료를 가져와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불법을 자행한 무등록 농가나 검증이 불가능한 가정 등의 음식물을 쓰는 종합업체에 대해선 손쓰지 못하면서 합법적으로 사육해온 농가들을 전시행정의 제물로 삼고 있다”며 “법적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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