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충남역사문화원장

예산군 무한천 주변에 예산산성이 위치해 있다. 보물로 가득할 것 같은 이곳은 고고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발굴의 욕망을 자극하던 장소 중 하나다. 그러던 중 작년 예산산성을 발굴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가 보니 예상대로 그동안 내포지역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백제시대 건물지와 목곽고 등 다양한 종류의 유구와 유물이 출토됐다.

이렇듯 내포지역의 성곽에는 숨겨진 보물이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내포지역에서 조사된 성곽 수는 대략 150여 곳으로 읍성이 14곳, 평지성과 산성이 125곳, 진성과 수영성이 10여 곳이다. 각 시·군마다 대략 20여 곳의 성곽이 분포해 있고,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서천군에는 무려 30여 곳이나 확인된다. 각각의 성곽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스며있다.

내포지역의 성곽은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돼 있음에도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곳은 5곳에 불과하다.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곳도 14곳에 불과하며, 문화재자료 역시 7곳이 전부이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성곽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으로 그 동안 지속적인 발굴과 정비보수가 이뤄져서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홍주읍성의 경우 약 6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점차 원형을 갖춰가고 있으며, 해미읍성 역시 200억 원을 투입한 결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성곽을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많다. 대표적으로 서천군은 서천읍성ㆍ한산읍성ㆍ비인읍성 등 3곳을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학술 발굴조사와 더불어 정비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사적승격을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당진시는 면천읍성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태안군은 안흥성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보령시는 충청수영성 발굴과 정비복원 성과를 토대로 그 활용방안을 찾고자 이번 달 28일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 아무리 많은 성곽이 존재하고 이를 정비·복원한다 하더라도 문화재 자체만으로 관광객을 유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성곽에 대한 기초조사와 더불어 그 지역만의 스토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해미읍성, 홍주읍성, 충청수영성에는 천주교 순교의 역사가 남아 있다. 향후 충청남도에서는 내포지역 천주교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순교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이들 성들은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빠른 것 보다는 초석을 단단하게 다지는 작업부터 하나하나 진행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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