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6·25 전쟁 69주년이다. 남과 북, 좌우 이념을 떠나서 우리 민족과 역사의 비극이었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그렇기에 이 비극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고자 한다. 이번에 살펴볼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진태(장동건 분), 이진석(원빈 분) 형제는 언어장애를 가진 어머니, 형의 약혼녀, 그리고 약혼녀의 동생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구두닦이인 형은 제화공을 꿈꾸며, 공부 잘하는 동생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고된 삶이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전쟁이 발발하고 징집된 형제. 진태는 아픈 동생이 걱정돼 전장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며 동생을 지킨다. 그러던 중 무공훈장을 받으면 동생을 전역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때부터 진태는 온갖 위험한 임무를 자원하며, 훈장을 받기 위해 몸을 던진다. 형의 무모한 행동이 본인 때문이었다는 것을 안 진태는 형을 말려보지만, 형은 듣지 않는다.

동생을 위해 사지를 넘나든 진태는 훈장을 받을 만큼 무공을 쌓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혀간다. 전쟁 전 진태와 함께 구두닦이를 하던 중학생 남짓 되던 용석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전쟁 와중 진태의 부대에 포로로 잡힌다. 용석은 북한군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의용군에 징집된 것이라고 애원해보지만, 진태는 용석을 빨갱이와 다를 것 없다며 죽이려 한다. 이 외에도 진태의 광기는 도를 더해 갔고, 진석은 그런 형의 변하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형제간 우애도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흘러, 진태의 무공훈장 수여식이 다가왔다. 그 사이 진석은 가족이 연루된 문제에 휘말려 북한군 포로와 함께 갇혀있는 상황. 진태는 새로 부임한 대대장에게 전임 대대장과의 약속을 언급하며 동생의 전역을 요구하지만, 신임 대대장은 단칼에 거절한다. 감정적으로 격하게 대립을 벌이던 와중 중공군의 포격이 날아오고, 진태는 총을 꺼내 대대장을 협박한다. 대대장은 오히려 포로들을 전원 소각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또 한 번 날아온 포격에 진태는 정신을 잃는다.

이후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한 진태는 북한군으로 전향한다.

진석이 가까스로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것을 몰랐던 것. 부상을 입은 진석은 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곧 의병제대를 앞두고 있던 진석에게 북한군으로 전향한 형의 소식이 날아든다. 전쟁광으로 변해버린 형의 기억 때문에 이를 외면하려 했던 진석. 하지만 형, 어머니, 다른 가족들과 함께 했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진석이 형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전선으로 향하면서 영화도 끝을 향한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의 끝자락이다. 영화를 통해서나마 젊은 목숨을 희생해 싸운 순국선열들의 희생과 전쟁의 비극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안형준 기자 ah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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