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투게더] 〈28〉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 3편
손녀 둘 키우는 박씨…
언니 성희도 상처·혼란
“내생에 가장 무거운 숙제”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민정(7·가명)이는 외할머니를 엄마로 알고 있다.

친엄마는 갓난아기인 민정이만 버려둔 채 가출한 지 오래. 현재 이복자매인 언니 성희(10·가명)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민정이 친엄마 서(33·가명) 씨는 친족성폭력 피해자로 결혼에 실패한 뒤 정신적 충격으로 인지 장애 3급 판정을 받게 됐다. 이후 첫째 딸 성희를 친정에 맡긴 뒤 가출을 반복했고 얼굴도 모르는 낯선 남자의 아이, 지금의 민정이를 임신해 출산했다. 그 후에도 두 차례 각각 성이 다른 아이를 낳으며 총 네 아이의 아버지가 모두 다른 충격적인 일을 반복했다.

친정엄마 박 씨는 현재 외손녀인 성희와 민정이 둘을 위탁해 키우고 있다. 언니 성희는 친엄마를 기억하고 있지만 민정이는 엄마의 존재를 아예 모른다. 외할머니를 엄마로 알고 있는 민정이가 언젠가 진실을 알게 될까 무서운 박 씨는 그저 두렵다.

언니 성희는 최근 또래에 비해 가슴이 발달해 검사를 한 결과 성조숙증 판단을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준 정신적 충격으로 의사소통이 활발하지 못해 언어치료도 받고 있다. 외할아버지에게 아빠라고 불러도 되냐고 묻는 등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정체성 혼란도 느끼고 있다.

친엄마 서 씨는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가 요구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치료에 대한 강한 거부감으로 심도 있는 상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어디서 어떻게 거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친정과 왕래를 끊었다.

외할머니이자 서 씨의 친정엄마 박 씨는 이 모든 상황이 본인의 탓인 것만 같아 부채의식으로 두 손녀를 키워내고 있다. 어린 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자신의 건강이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다.

박 씨는 요양 보호사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으며 남편은 동네에서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지만 수입은 변변치 못하다. 손녀딸들이 커갈수록 들어갈 돈은 늘어나지만 나이 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딸려만 간다.

박 씨는 “손녀들은 내 남은 생의 가장 무거운 숙제다. 그저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딸이 애들을 보러 좀 자주 오고 연락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에게 영 정을 주질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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