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작은 스포일러, 큰 스포일러
상태바
[이규식 문화카페] 작은 스포일러, 큰 스포일러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6월 20일 18시 4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21일 금요일
  • 23면
  • 지면보기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스포일러. 주로 영화나 연극, 소설 등에서 줄거리나 내용을 관객과 독자 또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정보 나아가 그런 행위나 행위자를 일컫는다. 줄거리나 구성, 특히 반전의 경우 다음 상황을 알 수 없는 긴장으로 인해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즐거움을 가져오는 까닭에 스포일러는 작품을 감상할 때 느끼는 묘미를 파괴해 소비자나 생산자 모두에게 배척받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까닭에 하지 않아야 할 행위 또는 그 개념을 지칭하는 스포일러가 이즈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상영과 관련해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어느 작품을 막론하고 줄거리를 미리 알게 된다면 흥미와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이 작품은 특히 제작, 출품과 수상 과정에서 감독을 비롯한 모든 참여 인력이 스포일러 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쓴 탓인지 다른 영화에 비해 줄거리 누설이 그다지 크게 확산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서든 이런 상황에 즈음해 우쭐한 기분에 입빠르게 스토리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어서 관람하려는 이들을 맥 빠지게 한다.

스포일러가 어디 영화 같은 대중예술 장르에만 국한되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영역 저런 분야에서 갖은 방법과 수단을 동원한 스포일러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영화 줄거리를 전파하는 경우라면 자신에게 돌아올 이득이 거의 없는 탓에 싱거운 방정이라고 핀잔이나 줄 수 있겠지만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 있어서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시험문제를 사전에 유출해 자신의 딸들의 성적을 급상승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 고교 교사의 경우는 중대범죄급 스포일러가 아닐까. 개발 정보를 사전 인지해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을 노리거나, 기업 비밀을 빼내 다른 회사나 외국으로 넘기는 기업, 산업 스파이 행태 역시 크게 볼 때 이 범주에 속하니 도덕과 윤리의식이 해이해진 사회에서는 스포일러가 거대한 병리현상으로 번져간다. 영화 줄거리를 누설하는 스포일러 행위를 비교적 가벼운 일탈로 볼 수도 있지만 예비 관객들의 흥미 감소로 입장을 포기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니 모든 유형의 스포일러 척결은 선진사회를 향한 중요한 어젠다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