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지원, 충청투데이-대전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읽기의 원리 배우지 않고 시기 놓치면
계속해서 ‘추측성’ 읽기 반복하게 돼
읽기 능숙한 아동, 많은 텍스트 접하며
배경지식 쌓아 능력 유창해지는 반면
적절한 교육·중재 받지 못한 아동은
읽기 익히는 데 시간 할애… 격차 커져
한글문해교육, 교사·학부모 관심 필요

▲ 한글해득과정. 대전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한국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이하 PISA) 읽기 점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점수의 하락폭이 크다. PISA는 2000년부터 3년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성취도 평가로 한국은 2009년에만 하더라도 539점으로 1위였지만 2012년 536점, 2015년에는 517점으로 7위까지 내려앉았다. 더욱 우려할만한 점은 하위 수준에 속하는 학생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2009년만 하더라도 5.8%의 학생이 하위권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2012년에는 7.7%, 2015년에는 무려 13.6%로 크게 늘었다. 평균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학생들의 읽기 수준은 상위권을 유지하지만 학생들 간 읽기 수준 편차는 더욱 커진 것이며 특히 문해력이 부진한 하위권의 비율이 증가한 셈이다. 기초학력 하락이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다.

◆읽기 발달 4가지 단계… 유창성 부족하면 읽기 이해력 저해된다

문해력, 즉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문자로 표기된 단어를 소리로 바꾸는 해독(음독) 능력과 글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언어 이해력이다. 해독은 글자를 대응하는 말소리로 바꾸는 과정이다. 이 때 음운인식, 자모자 지식 등 세부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낱말을 올바른 소릿값으로 읽을 수 있다. 언어 이해력은 어휘력과 배경지식 등 언어의 의미에 대한 이해력을 말한다. 우리는 인쇄된 글을 해독한 다음 어휘력과 배경지식 등을 이용해 내용을 추리하고 의미를 구성한다. 우리가 말하는 한글 읽기 지도는 해독의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읽기의 발달 단계는 ①글자 소리 관계 이해 전 ②글자 소리 관계 이해 ③글자 소리 관계 통합 ④일견단어 ⑤읽기 유창성 등과 같은 단계로 발전한다고 알려져 있다. 첫 번째로 '글자 소리 관계 이해 전' 단계에서는 아이들이 낱말을 하나의 그림으로 인지해 뽀로로 로고를 보고 뽀로로라고 읽는다. 두 번째로 '글자 소리 관계 이해' 단계에서는 자모(낱자)와 소리를 대응시켜 '참'을 /ㅊ//ㅏ//ㅁ/이라고 뜯어 읽기 한다. 세 번째로 '글자 소리 관계 통합' 단계에서는 음운 변화가 있는 낱말도 곧잘 읽을 수 있는데, 같은 유형의 단어에서 소리를 유추해 낱말 읽기를 할 수 있다.

글자를 자주 읽다보면 여러 번 보게 되는 단어들이 생긴다. 이 단어들은 특별히 집중하여 읽지 않아도 이내 한눈에 읽게 되는데 이를 '일견단어'라고 한다. 일견단어가 많아지면 낱말을 뜯어 읽지 않고 한눈에 인지해 자동적으로 읽을 수 있다. 즉 빨리 읽을 수 있는 '유창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유창성이 부족하면 읽는 속도가 느리고 힘들게 읽게 돼 결국 읽기 이해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말하기 잘하는데 읽기 못하는 아이 ‘음운 인식’ 부족 가능성

지능이 정상이면서 말하기 듣기를 잘 하면서 읽기를 못 하는 아동은 음운 인식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음운 인식은 여러 단위의 소리를 인식하고 조절하며 다룰 줄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참새'는 '참'과 '새'라는 2개의 음절로 돼 있다는 것, '참'은 3개의 음소 /ㅊ//ㅏ//ㅁ/로 구성됨을 알고 나눠 들을 수 있고 반대로 합성해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말할 때 음소들을 빨리 생성하는데, 이는 음소를 하나하나 말하지 않고 동시조음하기 때문이다. 음소를 하나하나 발음한다면 [ㅊ,ㅏ,ㅁ]이라고 3번 발음할 것을 '참'이라고 한 번에 발음한다. 빨리 말할 수 있는 대신 음소분리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말소리에서 음소를 분리하지 못하면 낱자를 소리에 쉽게 대응시키지 못하고 결국 낱자를 합성하는 자모 읽기의 발달도 지체된다.

음운 인식이 부족한 아동은 '글자 소리 관계 이해' 단계에 이르지 못해 긴 단어의 발음에서 실수가 많다. 특히 처음 보는 단어는 읽을 수 없다. 소리와 글자 간의 대응이 통글자 수준이며 받아쓰기를 통째로 외워서 해야만 한다. 음운 인식과 낱말 읽기는 상호적 관계를 갖는다. 음운 인식력이 좋아지면 낱말 읽기가 발달하고 낱말 읽기의 발달은 또다시 음운 인식 발달에 영향을 준다. 음운 인식 지도는 한글 교육 시작 시기에 자모 글자와 소리 대응 지도와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이다.

◆읽기교육 시기 놓친 아이, 계속해서 ‘추측 읽기’만

읽기를 힘들어하는 학생이 읽기의 원리를 배우지 않고 시기를 놓치게되면 계속해서 ‘추측성’으로 읽게된다. 읽기 부진 아동은 글을 읽을 때 쉽게 읽을 수 있는 단어나 일부 아는 음절만 가지고 추측하며 읽거나 문맥을 건너뛰며 읽는다. 이런 ‘추측 읽기’는 일견단어 형성에 어려움을 가져오고 읽기 유창성을 떨어뜨리게된다. 글을 읽을 때 한글 해독에 정신적 에너지를 다 쓰게 되면 내용을 이해하거나 기억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이는 결국 학습 부진의 원인이 된다. 학습장애의 80% 이상을 읽기 부진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가 된다.

초등학교 1~2학년 때에는 학생들의 읽고 쓰는 능력의 격차가 눈에 잘 보인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말하고 잘 읽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읽기 능력이 우수한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 사이의 읽기 수준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 것이 아니다. 이는 독서 심리학 연구자 키이스 스타노비치(Keith E Stanovich)가 주장한 마태효과(Matthew effect)를 통해서 설명된다.

마태효과는 성경 구절에서 따온 용어로 '가진 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진다'는 개념이다. 읽고 쓰기에 능숙한 아동은 많은 텍스트를 접하면서 풍부한 배경지식을 쌓고 유창한 읽기 능력을 갖게 된다. 반면 적절한 중재를 받지 못한 아동은 읽고 쓰는 방법을 익히는 데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그 사이에 아동들 사이의 읽기 능력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읽기 부진은 부진의 양상과 원인을 파악하여 조기에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교육한다면 대부분 극복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읽기 부진에 대한 관심과 지식의 부족으로 지도의 시기를 놓치는 학생이 많다. 읽기 발달은 저절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글문해교육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의 관심과 이해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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