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술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란 개인과 집단 그리고 조직의 태도·행동에 영향을 주는 공유된 가치와 규범을 의미하며, 개별조직 고유의 독특성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조직문화는 조직의 경계를 알려주고, 구성원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며, 구성원들에 대한 통제장치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조직문화는 조직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불변의 영역이 아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기업(조직)의 내·외부 환경도 변하기 에, 조직문화도 이에 발맞춰 변해가야 한다. 한 때 산업을 리드하던 선도 기업이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거나, 기업 자체가 없어지는 사례들이 있다. 지금부터 조직문화를 개선하거나 변화시키지 못해 무너진 기업들의 사례를 알아본다.

우선 미쓰비시 자동차(Mitsubishi Motors)는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상명하복(上命下服)식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2012년 미쓰비시 자동차 경영진은 "경쟁사보다 연비가 5~10% 더 높은 경차를 내년까지 만들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미쓰비시의 경차는 경쟁사 차량보다 연비가 떨어져 판매가 부진했다. 연비 향상은 수년간의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데, 경쟁사보다 떨어지는 실력으로 라이벌 차량의 연비를 1년 만에 능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목표 달성의 기한과 수치만 제시하며 개발팀을 압박했다. 중압감을 못 이긴 담당 부서장은 결국 테스트 수치를 조작해 거짓으로 연비 수치를 높였다. 조작된 연비의 미쓰비시 신형 경차는 2013년 출시됐다. 그러나 미쓰비시로부터 경차를 공급받아 판매하던 닛산이 자체 연비 테스트 후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연비 조작을 시인한 날(2016년 4월 경) 미쓰비시 자동차 주가는 전날보다 15.16% 하락했으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12억 달러(1조 3500억원)가 증발했다. 결국 2016년 5월 닛산이 미쓰비시 자동차의 주식 34%를 인수하고 과징금을 물어주는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함에 따라, 미쓰비시 자동차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산하 자회사로 편입된다. 그나마 브랜드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오던 독립 자동차 업체 미쓰비시의 명맥은 사실상 끊어진 셈이다. 달성 불가능하고 부당한 지시에도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복종하는 문화가 회사를 몰락의 길로 빠뜨린 것이다.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상명하복식 문화를 추구하는 도시바(Toshiba)도 마찬가지. 도시바는 1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 전자 분야의 자존심이다. 냉장고와 세탁기(1930년), 자동전기밥솥(1955년), 컬러TV(1960년) 등 숱한 일본 최초의 제품을 내놓았다.

소니 창업자가 도시바 입사 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1985년 세계 처음으로 노트북을 선보이고,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1987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것도 도시바이다. 백색가전의 명가(名家) 도시바는 2000년대 초반 외부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디지털 후발 주자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7월 공개된 분식회계 사건은 치명적이었다. 도시바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공사 아홉 건을 진행하며 영업이익을 1562억 엔 부풀렸다. 이 일로 도시바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세 명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도시바는 2016년 회계연도 9656억엔의 적자를 냈으며, 도쿄 증권시장에서 상장 폐지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도시바는 백색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도시바라이프스타일'을 지난 2016년 중국 메이디(美的)에 매각, 반도체 사업도 매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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