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늦어지면서 발병위험 커져…수술 후에도 전이·재발 주의
가족력 있으면 '유전성 난소암' 의심하고 'BRCA 유전자' 검사해야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명의에게 묻다] 20~30대 급증 '난소암'…"증상 땐 이미 '3기 이후'"

결혼·출산 늦어지면서 발병위험 커져…수술 후에도 전이·재발 주의

가족력 있으면 '유전성 난소암' 의심하고 'BRCA 유전자' 검사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동훈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길원 기자 = #.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정모(36)씨는 산전검사를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아주 초기여서 병변이 있는 왼쪽 난소만 제거했고 항암치료도 마쳤다. 지금은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갖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임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난소는 골반 내 좌우 하나씩 자궁의 양측에 위치한 여성 생식기관 중 하나다. 2∼3㎝ 크기의 아몬드 모양인 난소는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며 난자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암이 바로 난소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2016년에만 총 2천630명의 난소암 환자가 발생해 여성에서 11번째로 흔하게 발생하는 암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암 사망통계에서는 난소암이 폐암, 대장암, 위암 등에 이어 8번째로 사망률이 높았다. 그만큼 발병 후에는 예후가 나쁜 셈이다.

난소암이 더욱 걱정되는 건 폐경 이후인 50~60대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던 양상을 벗어나 최근에는 젊은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치를 보면 20∼30대 젊은 난소암 환자가 2010~2017년 7년 새 50.5%가 증가했다.

난소암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초경이 빨라졌지만, 결혼과 출산은 늦어진 게 꼽힌다. 전체적인 배란기가 길어지면서 난소암 발병위험이 커진 것이다.

난소암은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탓에 '조용한 살인자'라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다. 난소암에 동반하는 증상으로는 복부 팽만, 더부룩함, 하복부 통증, 메스꺼움, 변비 등이 꼽히는데, 조기 난소암에서는 이런 증상마저 없는 경우도 많다.

결국 난소암 환자들은 복막에 전이되고 복수가 차는 진행성 단계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계적으로는 암이 한참 진행돼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는 3기 이후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70%에 달한다.

난소암은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수술 전에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어렵다. 난소가 골반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위내시경이나 자궁경부암 검사처럼 장기를 들여다보고 바로 조직을 채취할 수 있는 검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난소암은 조직검사를 하는 순간 암이 복강 전체로 퍼질 위험이 크다. 예컨대 조직검사 결과가 악성으로 나왔다면, 가장 초기(1A)일 수 있었던 암 병기가 1기말(1C1)로 높아져 불필요했던 항암치료를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1A 병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난소암은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나, 또는 잔여 종양을 없애기 위해 항암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간혹 암세포가 씨를 뿌린 듯이 배 안에 퍼져있는 '복막파종'이 심하거나 큰 수술을 견디기 힘든 건강 상태일 경우에는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해 복막파종을 줄인 상태에서 수술하기도 한다. 이 경우 항암치료 없이 바로 수술을 시행했을 때에 견줘 수술 범위와 정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합병증을 감소시키고 수술 후 삶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난소암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늦은 폐경, 불임이거나 출산 경험이 없는 경우, 가족 중 난소암 또는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 유발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탓에 아직 이렇다 할 예방법도 없다. 그나마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게 먹는 피임약이다. 피임약을 5년 이상 장기 복용하면 난소암 발생률이 약 50%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개별 건강 상태에 따라 경구피임약으로 인한 부작용 및 유방암 발생 등이 보고돼 있어 난소암 예방목적에 먹는 피임약을 일차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

가장 뚜렷한 예방 효과는 일부 유전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난소난관절제술이다.

난소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피성 난소암 중에서 많게는 약 25%가 유전성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유전성 난소암 중 가장 흔한 게 'BRCA 유전자' 돌연변이다.

BRCA 유전자는 유명 미국 여배우인 앤젤리나 졸리가 약 40%에 이르는 난소암 발생 위험을 고려해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은 이후 널리 알려졌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이 예방 차원에서 난소를 제거하면 무려 80∼90%의 난소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최근 BRCA 유전자 돌연변이는 치료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항암치료 후 표적치료제 유지요법을 시행하면 약 70%에서 병의 진행을 막거나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모든 난소암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난소암 치료는 수술로 암이 퍼진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 개복수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향후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젊은 여성이면서 복막파종이 없는 조기 난소암(1기)일 경우에는 복강경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암세포의 유형과 병기, 환자의 몸 상태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이 결정되는 만큼 환자별 맞춤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치료 후에도 난소암은 전이, 재발이 많은 만큼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 중 부인암 환자가 있었다면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몸 상태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 서동훈 교수는 2002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자궁암과 난소암이 주 진료 분야다. 서 교수는 대한부인종양학회 사무총장으로 활동 중이며, 국제학술지 '부인종양학저널'(Journal of Gynecologic Oncology) 편집위원도 맡고 있다.

bio@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