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유학, 기호학파의 본거지는 충청권이다. 충청권이 오늘날에도 충·효·예 본고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연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 논산시 노성면 현지에서 '충청유교문화원'의 기공식을 갖는 의미가 크다. 논의를 시작한지 10년 만에 착공하게 된 것이다. 충청유교문화원은 2021년 개원한다. 대한민국 대표 유교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기호학파에 대한 문화자원화는 타 시·도에 비해 더디기 그지없다. 기호학파와 더불어 조선 유학의 쌍벽을 이뤘던 영남학파의 경우와 대비해보면 그 실상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미 1995년에 경북 안동에 퇴계학을 연구하는 한국국학진흥원이 들어섰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국비 4207억 원을 포함 모두 1조 8681억 원을 들여 영남학파 유적지 정비 및 복원 사업(경북북부유교문화권 개발사업)을 통해 11개 시·군의 지역개발로도 이어졌다. 이밖에도 경남의 한국선비문화연구원(산청), 호남유학 정신을 계승하는 광주·전남의 한국학호남진흥원(광주)을 꼽을 수 있다.

각 시·도가 앞 다투어 지역의 정신적 가치와 지역문화의 역사성에 주목하고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도 꼭 규명해야 할 과제인 까닭이다. 지역문화 자원의 시대적 의미를 확립하는 일이야 말로 현 세대가 해야 할 몫이다. 충청유교문화원의 주요 기능이 유교사상에 대한 학술적 연구, 일반 시민에 대한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제공, 유교 관련 유물 체계적 수집·보존 등으로 돼 있는 것도 그래서다.

기호학파의 당대 위상에 비춰볼 때도 그렇고 탁월한 유교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연구·활용하지 못했다는 건 뼈아픈 대목이다. 비록 늦었지만 충청유교문화원을 비롯해 충청권 4개 시·도 30개 시·군·구에서 유교문화 자원을 활용한 지역 관광 개발 42개 사업(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이 올해부터 10년 동안 추진된다. 7947억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관련 국비가 제때 확보될 수 있도록 충청권 4개 시·도가 공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충청권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모멘트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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