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피란민, 미군 무차별 폭격에 사망
참여정부 진실규명 뒤 조치 없어 유족 고통
KBS '끝나지 않은 전쟁, 곡계굴' 녹화 진행
씻김굿·유족 증언 등 담겨… 1부 오늘 방송

▲ 단양 통한의 곡계굴 잠들지 않은 통곡소리. 사진은 패널들의 좌담 모습. 단양=이상복 기자

[충청투데이 이상복 기자]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2리 느티마을. 나즈막한 담 너머로 아직도 어머니의 정겨운 음성이 들릴 것 같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 평화스런 마을의 뒤편 동굴엔 아직도 그치지 않은 피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8년이 지났지만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부모, 형제들의 명예회복과 영혼을 달래주지 못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 6대째 살아온 조병규(73·유족회장) 씨는 한국전쟁 당시 마을 뒤편 곡계굴에 숨어 있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할아버지, 고모, 동생 등 4명을 잃었다.

1951년 1월 20일. 단양군 영춘면과 강원도 영월군 주민 400여명은 남쪽으로 피란가다 길이 막혀 단양군 영춘면 상2리 '곡계굴'에 몸을 숨겼다.이때 조 회장의 식구들도 피란민들과 함께 굴에 몸을 피했다고 한다. 다음날인 21일 오전 10시경 미군비행기 4대가 갑자기 곡계굴을 향해 폭격을 가했다. 굴에 숨어 있던 피란민들은 흰옷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흔들며 피란민임을 알렸지만 무차별 폭격은 16시간동안 계속됐다. 이 폭격으로 "피란민 360여명이 불에 타 죽거나 질식해 숨졌다"고 조 회장은 주장했다.

유족들은 “미군의 비행기 폭격 당시 숨이 막혀 동굴 밖으로 뛰쳐나간 주민들을 향해 비행기에서 기관총 집중사격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때 미군이 사용한 폭탄은 사람을 불태워 죽이는 ‘네이팜탄’으로 알려졌다. 월남전에서 사용되기도 한 ‘네이팜탄’은 휘발유에 나프텐, 팔미데이트를 혼합해 만든 것으로 폭파 후 3000도의 고열을 내는 살상무기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반세기가 넘게 흘렀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아직도 민족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6·25전쟁 중 야만적인 학살문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논리로 방치하거나 애써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참여정부때 출범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곡계굴 유족들을 찾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려 68년 가까이 사회적 냉대와 연좌제의 차별 속에 숨죽이면서 살아 온 유족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진실규명만 됐을 뿐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진실위의 진실규명 결정의 권고사항은 말 그대로 ‘권고사항’에 그치고 만 것이다.

조 회장은 68년이 지난 세월동안에도 해결되지 않은 통한의 한을 나라에서 해결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 이에 17일 오후 7시 KBS 시사플러스 최국만 PD가 진행한 ‘끝나지 않은 전쟁, 곡계굴’이란 주제로 녹화 방송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씻김굿으로 시작해 MC 오프닝, 패널소개, 방청석 인터뷰 순으로 진행됐다.

패널에는 최성회 단양군 부군수, 조병규 유족회장, 최경혜 변호사,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가 나서 곡계굴 사건의 내용 등을 나눴고, 양소라 아나운서가 방청석에 있는 곡계굴 유족의 증언 및 유족의 바람을 경청했다. 또 민간학살사건 배보상 이유 등 타 지역 사례와 취재 영상을 통해 국회의원 인터뷰, 배보상 관련 유족들의 입장과 바램을 들어보고 무연고 묘, 역사문화공원 계획, 민간인 학살사건 관련 단양군의 계획, 유족들의 바램을 들어봤다. 30년 동안 KBS에서 시사프로그램만 맡아서 진행한 최국만 PD의 고별 방송 이기도한 이날 방송은 1·2부로 나눠서 방송되는데 1부는 19일 오후 7시30분~8시, 2부는 26일 같은 시간대에 KBS 시사플러스에서 방송된다. 단양=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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