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철하 이응노미술관 관장

미래의 미술관은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감각의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미 세계의 미술관은 디지털미디어 기술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움직이며 감상하는 새로운 방식의 전시 형식을 실험한다. 미술관이 수동적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과 교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모해가는 것은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상호작용과 자유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관들은 혁신적인 방식으로 작품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색다른 형태의 전시를 만들며 미래 미술관의 방향성을 타진하고 있다. 미술관은 단순히 전시 기능을 넘어 커뮤니티의 문화 중심지로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예술과 대중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놀이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강조한다.

독일 작가 카르스텐 휠러(Carsten Holler)가 2006년 런던 테이트 모던에 설치한 ‘Test Site’라는 작품은 놀이공간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다. 휠러는 테이트 모던 각 층에서부터 지상의 홀까지 나선형 미끄럼틀 여러 개를 설치해 미술관의 분리된 공간을 잇고, 관람객이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며 사람들과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서로 공유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미술관 공간을 의도했다. 휠러의 이 작품은 테이트 모던이라는 엄숙한 미술관을 단번에 교감과 놀이의 장으로 뒤바꿨다고 평가받았다.

이렇듯 미술관은 단순히 예술을 시각적으로 감상하고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서로 교류하는 장소가 됐다. 홀로그램, 모션캡쳐, VR(가상현실) 등 ICT에 기반한 인터랙티브 기술의 발전은 미래 미술관의 형태를 가속화하고 있다. 5억 2000만개의 LED를 700평 규모의 전시공간에 설치하고 AR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젊은 큐레이터들의 작업이 부산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예술에 대한 압도적 체험과 아우라를 증폭시킬 것이다.

이응노 미술관도 이러한 체험과 미래 미술관의 비젼을 미디어 아트를 통해 전달하려고 한다. 모든 감각을 통한 작품 감상를 통해 예술의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관람객이 갖게 하고 이응노 작품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 이응노의 예술과 삶이 매 순간 다른 에너지와 영감으로 만나고 교감하는 장소가 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고암의 조각과 회화, 콜라쥬, 태피스트리, 판화 드로잉이 동시대의 새로움과 도전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미래 미술관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전통적인 관습을 벗어나 새로운 예술을 꿈꾸었던 고암의 정신은 현대미디어 아트의 실험정신과 같다. 감각을 개방하고 보다 현대적인 정신의 개방성 속에 소통하는 것 그것이 미래 미술관의 선취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