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영화 ‘기생충’과 민선 7기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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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영화 ‘기생충’과 민선 7기 1년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6월 18일 16시 0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9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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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관람했다. 직원 문화 회식의 일환이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의미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떠나 영화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즐겁지만은 않았다.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의 삶을 통해 표현된 양극화는 여전히 영화 밖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가족과 더 가난한 가족의 갈등도 마음이 아팠다.

어쩔 수 없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새벽부터 신문을 배달했고, 밤에는 대전역 인근을 돌아다니며 껌이나 엿을 팔았다. 영역을 침범했다며 때로는 맞았고, 분위기를 깬다며 욕을 들어야 했다. 폭행과 욕설보다 더 힘든 것은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이었다. 내 힘으로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행히 따뜻한 분들 덕분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공장을 다니며 '계획'이란 것도 세우게 되었다. 계획은 희망에서 나오고, 희망이 있으면 무엇인가 계획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영화 속에서 배우 송강호가 언급한 '계획'이란 단어는 결국 '희망'의 다른 표현이었던 셈이다.

내달 1일은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1년 전, 겉만 화려한 약속보다 반드시 지켜야 하고, 또 지킬 수 있는 일을 구민들에게 약속했다. 이것을 5대 분야 74개 공약사업으로 압축했고, 이런 사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모습을 '사람 중심 도시, 함께 행복한 서구'라는 비전과 '행복동행 대전 서구'라는 슬로건에 담았다. 거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높은 곳에 사는 사람과 낮은 곳에 사는 사람 모두 희망을 갖고 무엇인가 계획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홍수가 났을 때 낮은 곳에 사는 사람도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길 걱정 없는 그런 곳이다. 차이는 있어도 차별은 없는, 기생(寄生)이 아니라 공생(共生)의 도시다.

돌아보면 지난 1년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려온 시간이었다. 어떤 약속은 이미 완료했고, 또 어떤 약속은 열심히 이행 중이다. 대전 서구는 지난 4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관한 민선 7기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 실천계획 평가에서 최우수(SA) 등급을 받았다. 대전에서 유일하게 4년 연속으로 최우수 등급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구민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실천한 결과다. 약속 잘 지켰다는 칭찬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마음이 뿌듯하다. 동시에 앞으로도 약속을 잘 지키는지 살펴보겠다는 경고라고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돌아보면 어려웠던 어린 시절, 따뜻한 마음을 베푼 분들이 꼭 부자나 힘센 사람들은 아니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욕설을 쏟아내는 손님을 설득해 내 손에 들려 있는 껌이나 엿을 대신 팔아주곤 했다. 직접 사기도 했다. 물건을 팔기는커녕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쫓겨나는 내 처지가 불쌍해 보였을 것이다. 어느 추운 겨울 대흥동 성당의 한 신부님은 신문을 넣고 가는 나를 불러 10원짜리 종이돈 몇 장을 내 손에 쥐어주셨다. 아침마다 꽁꽁 언 손으로 신문을 돌리던 나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안타깝고 죄송하게도 그분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분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만큼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사람 중심 도시, 함께 행복한 서구를 구현하는 것이 그분들이 베풀어준 작은 정성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행복동행 대전 서구라는 슬로건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분들이 보여준 연대와 공생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을 더 꼼꼼하게 살펴볼 참이다. 한 번 더 현장에 가고, 한 명의 주민을 더 만날 것이다. 민선 7기 1년을 맞으며, 그리고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다진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