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3차원의 체스판' 돼…中 대북제재 완화 등 북중 밀착 경계해야"

▲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美전문가, G20 前 北中작전타임 주목 "남북·북미로 이어질수도"

"복잡한 '3차원의 체스판' 돼…中 대북제재 완화 등 북중 밀착 경계해야"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7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에 따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20∼21일 방북과 관련, 북·중 간 '작전타임'이 북·미, 미·중 협상에 미칠 향배에 촉각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북·중 간 밀착으로 인해 비핵화 협상 방정식이 보다 복잡해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과거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에 앞서 '뒷배'인 중국과 정상회담을 가진 전례를 들어 이번 방북이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시했다.

이번 방북이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 간 만남 직전에 이뤄지는데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외교에 있어 각각 상대방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의견을 교환하길 원할 것이고, 중국은 무역 문제에 있어 그리고 북한은 핵 외교 문제에 있어 양측 모두 당장 미국과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 일치를 보게 된다면 북·중 간 보다 견고한 밀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정부가 매우 우려해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솔직히 말해 북·중 간 만남에 대해서 미국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면서 "워싱턴은 대북 최대 압박 전략 이행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 주석이 미국의 대북 전략을 위배하기로 마음먹는다면 그는 북·중 간 국경 개방을 통해 며칠 만에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이는 워싱턴을 겁에 질리게 할 것이라는 점이 슬픈 소식"이라고 경계했다.

각각 미국과의 비핵화 및 무역 협상을 앞둔 북·중 정상이 서로 머리를 맞댄 뒤 미국과의 조기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밀착을 강화할 수 있고 이는 미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북한 문제를 대미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 대북 제재 전선의 공조에서 이탈할 경우 미국으로선 대북 압박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쩌면 중국과 북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집중할지 하나를 골라야 하는 힘든 선택지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북·중 정상회담이 과거 추가적인 '대형 외교 이벤트'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온 선례에 비춰볼 때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다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김정은은 시 주석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느 정도의 결과에 대해 중국이 지원을 할 수 있는지를 타진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선 시점 또는 7월 초에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에 기울어져 있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이 잘 풀리면 한국이나 판문점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대중 (對中)의존도를 감안할 때 이러한 일이 현실화하기 전에 김정은은 시 주석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해야 할 것이고, 중국이 원하는 바와 요구사항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중 정상이 만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비롯한 역내 안보 사항을 비롯, 양자간 경제협력 및 대북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역시 북한의 과거 전례로 볼 때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의 방북이 G20 정상회의에서의 미·중 정상 간 만남에 앞서 이뤄지는 것과 관련, "타이밍상 미·중 간 무역 교착상태에 더해 북한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의) 중요한 어젠다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애틀랜틱 카운슬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몇 차례에 걸친 과거 김정은의 방북에 비춰볼 때 (시 주석의) 이번 답방 추진은 일정 기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시기적으로 G20 정상회의 직전에 이뤄지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며, 시 주석이 이를 통해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역내 역할론을 부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추가 핵 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또는 그 외의 추가 도벌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예방적' 차원이 있을 수 있다"며 "시 주석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관련 해법을 북측에 제시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시 주석의 방중이 북·중 간 유대 강화 자체에 주안점을 둘 가능성도 있다면서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대선이 있는 2020년까지 기다려보라고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일본,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북한, 그리고 한국 등 플레이어가 많아지면서 복잡한 '3차원의 체스판'이 됐다"고 말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역시 시 주석의 방중 시기에 주목했다. 그는 "이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그 후 김정은의 역내 긴장고조 행위에 뒤이어, 그리고 G20 정상회의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으로,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제재로 인한 타격으로 제재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시점이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이 ▲북한 이슈를 대미 무역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인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이은 새로운 대북 해법을 제시할 것인지 ▲대북 제재 해제를 주장할 것인지 등과 함께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북미 간 협상 재개 및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 후 도발 행위를 계속해 나갈지 등을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hanksong@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