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할머니가 92세에 출간한 자서전이다. 1860년에 태어난 모지스 할머니는 76세 되던 해,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으며, 93세에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녀의 100번째 생일은 모지스 할머니의 날로 지정되었다. 세상을 떠나는 101세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16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마을에 대한 애정과 마을사람들에 대한 정겨움을 그려낸 그녀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가 되었다.

1년 전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쓴 이옥남 할머니는 제목 그대로 97세에 책을 출간했다. 어릴 적 글을 배우지는 못했던 할머니는 예쁜 글씨를 쓰고 싶어 날마다 글자 연습으로 일기를 썼는데 그 30년의 기록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멋진 싯구가 아니어도 할머니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는 자연을 닮은 듯 맑고 깊다. 8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박말례 유튜버, 64세 신인으로 런웨이에 선 김칠두 모델, 가수 손담비의 춤과 노래를 불러 할담비로 불리는 77세 지병수 할아버지도 늦었다 포기하지 않고 지금 이순간이 가장 젊은 때라며 도전을 선택했다.

매년 6월 15일은 UN과 세계 노인학대방지망(INPEA)이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6년부터 지정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노인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6월 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2018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4.2%에 해당돼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 7%인 고령화 사회에서 그 비율이 14%인 고령사회에 진입하는데 17년의 시간이 걸렸다. 고령국가라는 일본이 24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그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다. 고령사회는 저출산, 노인부양 부담, 생산성 감소, 노인 빈곤층 증가, 삶의 질 저하 등 전반적인 사회문제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이제 노인 인권보장을 위한 건강, 주거, 일자리, 교육기회 제공과 같은 노인 복지 문제는 개인과 가정의 문제를 넘어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 중에서 노인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그 열정을 뒷받침해 줄 교육 기회의 확대는 그들의 건강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기초적인 밑거름이 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배움과 단절되어 세상을 살아간다면 그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고단하게 느껴질까? 모지스와 김옥남 할머니의 공통점은 배움의 즐거움을 맛보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을 선택해 삶의 활기를 찾고 자아를 실현한 것이다.

이에 지난해 '고령사회, 평생교육을 준비합니다'라는 공약을 발표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르신 문해교실을 운영하고 방송통신중학교를 천안에 이어 홍성에 신설해 51명의 어르신이 중학교에 추가 입학했다. 또한 1학교 1경로당 자매결연, 지역 학생들과 어르신이 함께 '인생 자서전'을 편찬하고 있다.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보내며 젊은이들은 인권의 관점에서 모든 노인은 존중받으며 살아갈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노인의 지금은 미래의 우리 모습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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