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창 ETRI 국방신뢰인프라연구실 선임연구원

필자가 ‘초연결 시대’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한창 5세대 이동통신(5G) 시스템을 연구하던 학위과정 때였다. 낯설게 들리던 이 말은 어느덧 얼마 전 국내에 개통한 5G 서비스를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개통한 지 10일 만에 가입자 수가 15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가진다. ‘지금 쓰는 4G 통신망을 사용하면서 속도가 느려 걱정한 적이 없는데, 5G 통신망이 필요할까?’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비스에 만족한다면 문제없는데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한다면 꼭 필요하다.

5세대 이동통신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5세대 이동통신과 글쓴이가 연구하는 분야를 간단히 소개해 본다. 5G 시스템은 기존 이동통신 시스템과 비교해 볼 때 조금 더 까다로운 목표를 가지고 연구가 시작됐다. 먼저 속도의 향상을 빼놓을 수 없다. 빠른 속도는 언제나 통신 시스템 연구의 주요 주제였으니 신기한 것은 아니다. 특이한 점은 빠른 속도와 더불어 이동통신 시스템의 신뢰성 향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부분이다. 신뢰성 향상은 ‘초저지연’과 ‘초연결’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지연시간을 줄이는 ‘초저지연’ 서비스는 일반적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원격 서비스가 필요한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연결을 지원하는 ‘초연결’ 서비스는 사용자 단말과 그 외 센서 등 기계 단말도 함께 연결돼 사람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제안됐고 망의 구조는 점차 복잡해졌다. 망이 복잡해졌다는 것은 곧 망을 운영할 때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복잡해진 통신망에 학습 알고리즘을 도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말하는 인공지능 기반 기지국 관리 기술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학습 알고리즘이 사용되는 범위다. 현재 기술은 기지국 장애 검출, 원인 분석 등 기술 분야에 그친다. 만약 학습 알고리즘이 자원 관리, 이동성 지원 등 보다 섬세한 망 관리 분야까지 확장된다면 더욱 강력할 것이다. 필자의 연구도 이런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이동통신 시스템이 워낙 방대한 시스템이라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긴 어렵다. 특히 통신망 운영자의 관리 기술이 깊이 쌓인 상황에서 예민한 부분을 학습 알고리즘에 맡기긴 쉽지 않다. 지금까지 연구됐던 최적화 이론 기반 알고리즘은 성능이 크게 향상되지만, 복잡도가 높아 활용하기 까다로웠다. 반면 학습 알고리즘은 적용 가능성이 크면서 최적화 알고리즘과 비슷한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물론 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여기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망에서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동통신 시스템은 변화가 많은 시스템이다. 망이 변화하는 상황을 즉각적으로 알기 어렵다 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고려한 알고리즘 설계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통신 기술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통신 기술과 관련된 광고들을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 광고 속에서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기술을 설명하는 말은 달콤하다. 광고에 나오는 수사적 표현과 비교하면 우리의 연구가 턱없이 작아 보일 때도 있다.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 두 달이 걸리기도 하고 풀 수 없는 문제에 몇 달을 매달리다 해결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는 계속 축적돼고 있다. 연구자들의 연구가 하나하나 쌓여 모두가 ‘이어짐’의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이 진정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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