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남 고흥군 도화면 발포에서 만호(萬戶·종사품무관직)로 재임할 당시 직속상관이던 전라좌수사 성박이 군관을 보내 객사(客舍) 마당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무슨 연유인지 물었고, 성박이 시집가는 딸에게 줄 거문고를 만들 욕심인 것을 알았다. 이에 "오동나무는 나라의 재물로, 누구도 함부로 베어갈 수 없다"며 군관을 돌려보냈다. 당시 이순신보다 신분이 높았던 전라좌수사 성곽은 말을 전해 듣고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끝내 베어갈 수 없었다. 이는 끝없이 들이닥치는 왜군에도 굴하지 않았던 이순신의 모습뿐 아니라 권력 앞에도 무너지지 않는 청렴함과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의 갑질에 대한 또 다른 강직함과 공인정신을 대변해주는 유명한 일화다.

예나 지금이나 청렴은 공직사회에서 가장 강조되는 덕목 중 하나다. 청렴은 어려움이 뒤따라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용기다. 용기는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정도를 걷겠다는 의지로써 바로 청렴함에서 나온다. 청렴을 방해하는 다양한 유혹, 무관심, 이기심, 갑질 등이 우리 주변에 있다. 이러한 유혹에 맞서는 방법 중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청렴한 태도를 유지하고,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옳은 것을 선택하려 하다가도 문득 주저하게 된다면 나 스스로가 떳떳해질 수 없다.

공직생활을 하다보면 직위나 자리를 이용하여 부정한 방법이나 비리, 다양한 갑질 그리고 적당한 타협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일로 사례를 받거나 편의를 제공받는 등 유혹의 상황에 언제든지 놓일 수 있다. 공직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타협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바르게 세우며 주변의 수많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은 더욱 당당해지고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한번쯤이야 뭐 어때?', '이 정도의 융통성은 필요하지?'라는 생각으로 선택에 머뭇거렸다면 외부로부터 강요당해 청렴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청렴은 철저히 자발성이 요구된다. 청렴에 대한 자발적 의지가 없는 공직자에게 청렴을 강제한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본연의 업무에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해 법과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소신과 옳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지녔을 때, 자발적인 청렴이라는 덕목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청렴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부당한 것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또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행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나 자신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직자 한명 한명이 새로운 변화의 주체가 돼야한다. 작은 실천과 노력이 하나둘 모이면 청렴을 솔선수범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될 것이고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제 청렴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에서 청렴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신뢰받고 존경받는 그날까지 '나'로부터 시작되는 청렴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실천해야한다. 항상 청렴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모두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청렴한 세상, 갑질 없는 세상을 다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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