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헌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정수과 시험팀장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인천시 서구·영종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로 정부가 원인 조사반을 구성하는 등 파장이 심각하다. 인천광역시의 급수 가구가 약 100만이니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가구를 8500가구로 추정할 때 전체 급수 인구의 약 1/100 정도의 주민만이 피해를 본 규모나 이번 사태는 상수도 운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예상하는 근거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천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은 전국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수돗물에서 녹물은 금속의 수도관이 부식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수도관 내부에 부착된 이물질이 관내 압력의 변화에 의해 탈락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는 우리나라 전국 대부분 수도 배관의 현실이다.
둘째, 수도 배관 내부의 이물질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도관 내부의 이물질은 주로 상수원수에 존재하는 철이나 망간이 정수장에서 미처리된 미세한 부유물질과 결합하며 장기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단 생성된 배관 내 이물질은 각종 구경의 송수-배수-급수관에 침적돼 제거가 대단히 어려우며 제거를 위해서는 큰 비용과 수돗물 단수 등의 불편을 수반하게 된다.
셋째, 시민의 먹는 물에 대한 관심과 요구 수준의 향상이다. 건강과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현대사회의 시민은 수돗물의 수량적 풍부함은 기본이며, 인체에 무해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수돗물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생수를 사거나 정수기를 설치하는 등 가정 내 안전한 먹는 물 수질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붉은 수돗물'은 시민의 요구에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상수도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해결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시민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인 상수도사업본부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노력과 소비자인 시민의 성숙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노후한 경년관 교체 중심의 관로 관리에서 시각을 전환해 배관 내 이물질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 배관 내 이물질 관리는 노후관 교체보다 사업 대상의 선정, 사업 방법의 결정, 사업 효과의 확인이 어렵고 사업 절차도 복잡하다. 배관 내 이물질 발생 정도를 파악하고, 관경에 따른 세척 방법을 선정하고, 지역별로 사전 단수 예고와 녹물 발생에 따른 시민 민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관로 세척이 중요하다.
시민의 입장에서도 깨끗한 수돗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수돗물의 단수는 먹는 물에서부터 생활용수, 위생 용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불편을 초래하기에 수도사업자는 가능한 무단수 작업을 선호하는 상황으로, 이번 인천시와 같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단수를 꺼리고 있다. 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세척작업을 위한 최소한의 단수 지역을 사전 홍보하고 이해를 구한다면, 시민도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잠시의 불편함은 감내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이번의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시민이 마시는 수돗물의 수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