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날고 있다. 다승, 평균자책점 등 투수 관련 대부분 지표에서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말 그대로 ‘다저스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류현진의 활약을 지켜보며 ‘FA로이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FA로이드’란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FA(자유계약)가 되기 직전에 유난히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프로선수들이 금지돼 있는 약물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처럼 각성한다해서 붙여진 ‘FA+스테로이드’가 합쳐진 스포츠계의 신조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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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지난 시즌 후 LA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1년 1790만달러)를 수락하며, FA 재수를 선택했다. 시간이 지나 그의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음이 입증되고 있다. 올 시즌(14일 기준) 류현진은 9승 1패 평균자책점 1.36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80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시즌 평균(부상으로 쉰 2016시즌 제외)이 10승 7패 평균자책점 3.03 WHIP 1.19 정도인 것을 보면 류현진이 얼마나 각성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4시즌 볼넷과 삼진 평균은 34.5개, 124.5개였지만, 올해는 볼넷은 5개, 삼진은 77개를 기록 중으로 이는 보통 한 시즌 30경기 정도 선발등판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볼넷은 12개, 삼진은 178개의 놀라운 페이스다.

그렇다면 다른 ‘FA 대박’ 주인공들의 스탯은 어땠을까?

뉴욕 양키스에서 9시즌을 뛰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10년 2억4000만달러라는 대형계약을 맺은 로빈슨 카노는 FA 직전 해인 2013시즌 타율 0.314와 27홈런 107타점 190안타를 기록했다. 그의 이전 다섯 시즌 평균은 타율 0.303 25홈런 95타점 190안타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카노는 시애틀에서 첫해 타율과 안타는 0.314, 187개로 몸값을 했지만, 홈런과 타점은 14개와 82개로 줄었다.

2008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와 10년 2억7500만달러의 잭팟을 터트린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두 번째 대형 계약 직전 해인 2007시즌 타율 0.314 54홈런 156타점을 기록했다. 이전 세 시즌 평균인 타율 0.299 39홈런 119타점과 비교하면 이 시즌의 A로드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연인지 모르나 A로드의 2008시즌 성적은 타율 0.302 35홈런 103타점으로 다시 평균과 가까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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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의 경우는 어떨까?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25억원에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양의지는 지난해 타율 0.358 157안타 23홈런 77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시즌(2017)보다 타율은 0.081, 안타 61개, 홈런 9개, 타점 10개가 늘어난 수치다.

2017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00억원에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스로 팀을 옮긴 최형우는 FA 직전 해인 2016시즌 타율 0.376, 195안타, 31홈런, 144타점을 기록했다. 최형우의 이전 다섯 시즌 평균은 타율 0.318, 154안타, 27홈런, 103타점이었다.

사실 ‘FA로이드’는 ‘돈독’이라는 것과 연관돼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동기부여’ 측면으로 바라보고 싶다. 프로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 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류현진이 확실한 동기부여를 시즌 끝까지 유지해 역대급 활약에 걸맞은 역대급 잭팟을 터트리길 바란다. 진심으로….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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