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투게더] 〈28〉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 2편
친정부모·서씨 나눠서 양육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미치지 않고 정상적으로는 살 수 없었다. 어쩌면 미치는 게 정상일 만큼 서유림(33·가명) 씨에게 그날 일은 평생의 아물지 않을 상처가 됐다. 시작은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이혼 당한 그는 점점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갓난아기인 자신의 딸과 빈털털이로 쫓겨난 서 씨를 받아주는 곳은 친정 밖에 없었다.

친정엄마 박 씨는 딸이 집에 돌아왔지만 가출을 밥 먹듯 했다는 그때를 회상했다. 서 씨가 수개월 뒤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배가 불러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그는 출산을 했고 아이만 버려놓은 채 또 다시 가출을 했다. 서 씨가 이 일을 반복하기를 총 세 번. 합해 네 명의 아이의 아버지가 전부 다르다. 현재 첫째와 둘째는 친정엄마 박 씨가 키우고, 셋째는 아이의 아버지 그리고 막내는 서 씨가 혼자 키우는 상황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은 서 씨는 연락이 두절된 채 자녀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들 가족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담당 사회복지사는 서 씨가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다며 안타까워했다.

대전 유성구 드림스타트 사회복지사 박 씨는 “서 씨가 최근에 낳은 아이는 본인 애 아니라고 펄쩍 뛰었지만 얼마 후 호적에 올라왔다”며 “임신 당시 만났을 때도 배가 불러 있기에 살짝 임신 유무를 물었는데 살이 찐 거지 절대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 씨가 성폭행을 당한 후 본인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남자에 대한 혐오증 같은 것도 생겨서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어려워 한다”고 덧붙였다.

외할머니인 박 씨는 두 손녀를 위탁 양육 신청 절차를 밟아 돌보고 있지만 점점 힘에 부친다. 모든 상황이 자신의 탓만 같은 친정엄마 박 씨는 하루하루 죄책감으로 손녀들을 키우고 있다. 이복자매인 미취학 아동의 두 손녀는 할머니를 엄마로 알고 있지만 언젠가 알려질 진실을 생각하면 할머니 박 씨는 두렵다. 작은 이발소를 운영 중인 박 씨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린 손녀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박 씨는 “딸이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 수가 없다. 가끔 돈 달라고 연락이 오는데 그때 마다 한번만 와서 애들 좀 보고 가라고 사정을 한다. 애들을 돌보듯 보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21일 마지막 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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