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박건옥] 역대 최대 규모의 문화재를 해외로 밀반출하려던 A 씨(63)가 붙잡혔다. A 씨는 전남 ‘신안해저유물매장 해역’에서 나온 700여년 전의 중국 도자기 57점을 보관하다 해외로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대전지방경찰청에 적발됐다. 이 도자기들은 1981년 사적 제274호로 등록된 신안군 도덕도 앞바다에서 도굴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이를 1983년부터 자택 등지에 숨겨 보관해오다 일본에 판매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해양 매장문화재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해주는 사례다.

이번에 회수된 장물들은 도굴범들이 사설 잠수부를 동원해서 해저에서 문화재를 몰래 꺼내 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 널리 회자되던 도굴범들의 대담한 수법이 그대로 확인된 셈이다. 36년 동안 꽁꽁 숨겨두었으나 돈에 궁한 나머지 문화재 해외 반출을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에는 중국 쪽으로 이를 밀반출하려 했으나 공항검색이 까다로워 일본 쪽으로 팔기 위해 중간 브로커 접촉도 했다고 한다. 장물의 해외 유통경로의 한 단면이다.

신안해저유물은 1976년 1월 어부의 그물에 중국 청자가 인양되면서 그 실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4년까지 제11차례 발굴 결과 14세기 중국 원나라 시대 진귀한 유물들이 쏟아졌다. 태안반도 인근 해역에서도 잇따라 고려청자가 발견되고 있다. 태안해저유물은 2007년 5월 대섬 앞바다에서 주민이 주꾸미잡이를 하던 중 청자대접 1점이 올라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천수만 해역을 중심으로 당대의 해상활동을 알 수 있는 중요 유물이 출토됐다. 2016년 당암포 해역 도굴 사건이 적발됐다. 지속적인 발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안해저유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굴꾼들이 마음만 먹으면 해저에서 문화재를 건져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전국 단위 점조직으로 은밀하게 활동하는 도굴꾼들의 범죄 수법은 널리 알려져 있다. 도굴·밀매단이 설치다가 당국에 적발되는 건 일부에 그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들로부터 해저매장문화재를 보호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몫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