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 신문>

▲ 전소연 명예기자

여고 동창모임에서 매번 빠지지 않는 대화가 부모님에 관한 얘기다. 이번 달 모임에서는 분당에 사는 친구의 친정엄마가 치매 때문에 '앞집에 이사 온 총각이 빗자루를 훔쳐 갔다'고 의심했던 사건이 화제였다. 베란다 창고에 들어 있던 빗자루를 찾아 드렸는데도 멈추지 않는 의심 때문에 힘들다는 친구가 나는 부럽기만 했다. 내겐 없는 친정엄마가 있기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마리아'라는 세례명을 가진 엄마가 천국에 갔을 거라고 믿기에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면서 운 적이 거의 없다. 3년간 투병하면서 겪은 고통을 더 이상 느끼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거 같다. 그런데도 가끔씩 86세에 돌아가신 엄마의 수명이 짧게 느껴지는 건, 보고 싶을 때 맘대로 보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꿈엔들 나타나 주실까 고대했다가 엄마를 만나지 못한 채 깨어나면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엄마와의 추억 되짚기는 기쁘고 행복했던 것에서 시작하지만,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로 마무리된다. 그 당시에는 철없던 막내딸이어서 엄마의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헤아리지 못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던지. 엄마한테 불효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이 세상에 계시지 않기 때문에 갚아드릴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

내가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남편은 형제들을 모아 시댁에 간다. 아들들과 고스톱 치는 일을 가장 좋아하는 시어머님께 효도하러 가는 거다. 몇 시간씩 고스톱을 치고 오면 허리가 아프다고 주물러 달래는 남편이 부럽기만 하다. 아직은 어머님 한 분이라도 살아계셔서 효도할 기회가 있으니까. 게다가 헤어질 때면 현관 문 앞에서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며 "아들, 건강하고 사랑하고 좋은 일만 생겨"라고 말해 주는 엄마를 자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오늘 밤 꿈속에선 친정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꿈속에서 친정엄마를 만나면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며 '엄마 사랑해'라고 말씀 드려서 못다 한 효도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

전소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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