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문화 신문>
대전한빛고 3학년 박정민 학생
한국효문화진흥원 자원봉사 활동
어르신 색종이 접기 가르쳐 드렸던
뿌리축제 활동 등 기억에 남아
함께 시간 보내고 잘 해드리는 것
부모님에 대한 효라고 생각

▲ 한국효문화진흥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대전한빛고 3학년 박정민 학생. 사진=노진호 기자

[충청투데이 노진호 기자] "효도요? 전 잘하고 있죠!"

수능을 앞둔 2001년생 고교생의 당당한 대답에 왠지 부끄러워지는 것은 필자뿐이길 바란다.

한국효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정민(대전한빛고 3년) 학생과의 만남은 지난 7일 충남대학교 인근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역시 수험생이기 때문인지 그날 KAIST 근처에서 과외가 잡혀있어 약속 장소를 그곳으로 정했단다.

'봉사'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서 인지 모르지만 정민이의 첫인상은 정말 착해보였다. 인터뷰 중 정민이도 스스로 "학교에서 제 이미지는 정말 '순수한' 스타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민이는 현재 진흥원에서 도서정보관리 봉사를 하고 있다. 진흥원 내 도서관의 사서(司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흥원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후반이란다. "학교가 진흥원과 가깝다"라고 운을 뗀 정민이는 "아무래도 고3이다 보니 이동시간이라도 줄이려 학교 근처에서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진흥원에 오게 됐다. 또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민이는 방학 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기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후 1~5시에 봉사를 한다고 한다. 그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봉사의 달인'으로 연간 20시간의 봉사활동은 채우고도 남는다. 정민이는 "소아암에 걸린 어린이를 돕는 저금통 만들기가 기억에 가장 남는다"며 "공부 말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봉사를 꾸준히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아무래도 인터뷰가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기에 이야기는 정민이의 일상으로 들어갔다.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한 살 많은 형과 함께 산다는 정민이의 꿈은 '정보통신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원'이다. 이과와는 거리가 먼 필자가 설명 좀 해달라고 하자 "빅데이터와 IT 등이 융합된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In 서울'을 목표로 열공 중"이라고 말했다.

정민이는 아버지도 엔지니어이고, 형도 현재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어쩌면 정민이가 꿈꾸는 '연구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가족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어쩌면 이번 인터뷰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바로 '효(孝)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였다.

갑작스러워서인지 어려워서인지 잠시 머뭇거리던 정민이는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그것 자체가 효 아닌가요"라며 자문인 듯 반문인 듯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냥 제가 생각하는 효는 부모님이 혼을 내도 그것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고, 또 부모님이 바라는 것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잘해드리는 게 효 같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본인은 현재 효도하고 있냐'고 묻자 "저는 잘하고 있어요. 원체 순수한 스타일이거든요"라고 단언했다.

그저 첫인상뿐 아니라 인터뷰를 하며 '정말 착한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활동에 대해 이것저것 묻자 재작년(고1)에 교내 수학 동아리를 통해 뿌리축제에 참여했다는 정민이는 "어르신들께 색종이 접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는데 난이도는 비행기부터 거북이까지 다양했다"며 "함께 꽃을 접은 후 옷에 꽂아드리기도 했는데 정말 좋아하셨던 게 기억난다"고 전했다.

남는 시간에는 유튜브를 보며 공부하면서 잃어버린 웃음을 찾는다는 '현실 고교생'이기도 한 정민이에게 끝으로 '앞으로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면 부모님과 의견이 다를 때가 더 많아질 텐데 어떻게 할 것 같으냐'는 우문(愚問)을 던졌다. 잠시 고민하던 정민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부모님 말을 들을 것 같다"며 "그게 나다운 것 같다"고 답했다.

필자에게 2019년 초여름의 어느 날은 스무 살 넘게 어린 동생에게 '효'를 배운 날로 기억될 것 같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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