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운 대전·충남재향군인회 회장

"당신들이 죽은 우리와의 신의를 깬다면, 우리는 죽어서도 잠들지 못할 것이다." 유럽에서 현충의 날 낭송하는 시의 한 부분이다. 6월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애국충정을 기리고 선열들에 대한 추모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1950년 6월, 이 땅에서 벌어졌던 전쟁은 참혹했다. 부모는 자식을 잃고, 자식은 부모를 잃었다. 며칠 동안의 일일 줄로만 알았던 피붙이 간의 이별은 한 맺힌 60여 년 세월로 이어졌다. 남북한을 통틀어 500여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겨났으며 전 국토가 초토화됐다. 그 이름도 생소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20여만 명의 젊은이들이 유엔군으로 참전해 3만 8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69년, 우리는 지금 6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전후세대가 80%를 넘어서며 그 처참했던 전쟁은 이제 현실이 아닌 먼 역사속의 일로 기억되는 듯하다. 아니 역사 속 기억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휴전상태를 종전상태로, 평화의 시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남북 대치상황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고 보니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 위기가 감돌 때면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반면 우리들은 심각한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나라를 위해 피땀 흘린 참전용사들에게 대한 존경심마저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반드시 그 어리석은 과거를 반복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냉엄한 교훈이다. 평화를 지킬 힘과 능력이 없으면 평화를 맞볼 자격이 없으며,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민족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분단된 한반도, 더구나 주변 열강이 각축하는 이곳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늘 잊지 않고 다짐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호국안보 공동체정신으로 하나 되어 나라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는 ‘적과 위기는 외부에 있지 않고 항상 내부에 있다’고 했다. 또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역사가 어네스트르낭은 '국가는 영혼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우리는 60여 년 전 비극을, 100여 년 전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하며, 아직도 전쟁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이 훼손되지 않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보훈이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인 재향군인회에서는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내에 '추모의 벽' 건립기금으로 5억 5000여 만원을 모금해 7월 '추모의 벽' 기념공원재단에 전액 기부예정이며, 향군 여성회에서는 2009년부터 보훈가족 가사돕기 봉사활동을 계속사업으로 전개해 정기적으로 찾아뵙고 말벗, 생필품 지원 등을 연계해 드리고 있다. 또 6·25참전 회원으로서 연금을 받지 못하고 생계가 어려운 회원에게 우선적으로 매월 일정액의 생계보조비를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둔 지난달 24일에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여성회원 등 200여명이 모여 묘비세척 및 주변정화 활동을 가졌다. 그리고 을지태극 연습기간중에도 회관에 보유중인 안보사진 100여점을 각 기관들에 대여해 안보사진 전시회를 진행한 바 있으며, 5월 28일에는 대전에 거주하는 학생과 학부모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임진각 일대에서 통일 안보교육을 실시했다.

방심은 또 다시 재앙을 낳을 수 있다. 이것이 6·25전쟁 69주년을 맞는 오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며, '유비무환'의 진리를 되새겨 국민들의 '호국안보 공동체정신'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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