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궁남지 백제의 로맨스 담은 연꽃축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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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궁남지 백제의 로맨스 담은 연꽃축제 계속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6월 13일 19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4일 금요일
  •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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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의 충청역사유람] 32 부여 궁남지
용과의 사랑으로 낳은 백제 서동
경주 잠입…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
백성 사랑 받으며… 41년간 재위
익산 미륵사탑 발원, 선화공주설도
백제의 로맨스 담은 연꽃축제 계속
▲ 궁남지. 문화재청 제공
▲ 궁남지. 문화재청 제공

연꽃 꽃술을 적시는 고요한 달밤- 누구라도 사랑을 속삭여 보고픈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다. 부여읍 궁남리에 있는 궁남지(사적135호).

삼국사기는 '궁 남쪽에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 들여 못을 만들고 네 언덕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물 복판에 섬을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유사는 한 여인이 홀몸으로 남쪽 물가에 집을 짓고 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어떤 여인일까? 백제 왕실의 궁녀라고도 하고 일반 백성의 과부였다고도 전해 온다. 어쨌든 이 여인은 궁남지 물속에서 솟아 오른 용과 사랑을 나누었고 그래서 임신을 하게 된다.

여기서 탄생한 아이가 바로 백제 30대 무왕. 무왕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어 진 전설이겠지만 도대체 '용'의 정체는 누구일까? 29대 법왕일까? 설이 많지만 법왕이 '용'으로 표현되고 그 여인은 궁녀일 것이라고 본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장(璋)이라 했고, 마를 캐는 아이란 뜻의 서동으로도 불린다.

이 소년이 사춘기일 때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절세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선화공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기록에는 '미절무쌍' 즉 '너무 예뻐 짝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백제 궁남지에서 태어나 마를 캐며 살던 서동은 중으로 변장하여 신라 경주에 잠입한다.

그리고는 유언비어를 만들어 아이들 입을 통해 퍼뜨린다. '선화공주님은 밤마다 동방(서동)과 잠을 잔다'는 내용의 노래를 지어 부르게 한 것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들에게는 백제서 가져 온 마를 주었다.

노래는 금새 서라벌(경주)의 유행가가 되었고 세상이 들끓게 되자 진평왕은 딸의 행실을 의심한 나머지 멀리 귀양을 보내 근신하게 한다. 여기서 서동의 구애작전은 마침내 이루어져 귀양지에서 선화공주를 설득, 백제의 왕도 부여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부부가 된다. 신라의 공주를 아내로 맞는데 성공한 서동은 서기 600년 왕위를 계승하는 데도 성공했고 국가를 잘 다스려 백성의 사랑을 받는 왕으로 41년간 재위했다.

그런데 선화공주가 신라 진평왕의 딸이 아니고 신라 귀족의 딸이라는 설도 있고, 백제 토호의 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삼국유사를 믿을 수밖에 없다.

▲ 궁남지 연꽃. 충청투데이DB
▲ 궁남지 연꽃. 충청투데이DB

또 한국전통문화대학의 이도학 교수는 백제가 망하고 나서 백제·신라의 융합을 위해 당나라 점령군 사령관이 작성한 소위 취리산 회맹 때의 서맹문 내용을 들어 선화공주가 신라의 공주임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보면 당나라가 백제 의자왕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동쪽의 친인(親隣)'을 정벌한 것을 나무랬다. '친인'이라는 것은 어머니의 나라, 즉 의자왕의 어머니 선화공주의 친정 신라를 공격한 것을 탓하는 것, 그러니까 선화공주는 신라의 공주라는 것이 이도학 교수의 주장이다.

또 전라북도 익산 미륵사탑에서 나온 사라봉안기가 발원자로 사택적덕이라는 백제 호족의 딸로 나와 있는 만큼 이 탑의 발원 주인공이 선화공주가 아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도학 교수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선화공주가 탑의 발원 후 공사기간이 35년이나 걸렸는데 그 과정에 선화공주는 죽었고 완공 때는 사택적덕의 딸 시대가 되었으니 당연한 것이고 역시 발원자는 선화공주라는 것이다.

물론 궁남지에 대해서도 그 위치에 대해 이론이 있지만 현재의 궁남지를 그 상징성으로 삼아 백제의 숨결을 살려 가자는 것이다.

지금도 해마다 성황을 이루는 '궁남지 연꽃축제'도 그래서 다른 지역 축제 보다 의미가 깊은 것 아닌가. 역시 궁남지는 백제의 로맨스다.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충남역사문화원장>
 

▲ 궁남지 전경.  문화재청 제공
▲ 궁남지 전경.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