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잔인한 사건

▲ 고유정. 연합뉴스

☞시간이 지나야 보이는 게 있다. 겪어봐야 알게 되는 게 있다. 내겐 '자식'이 그렇다. 낳기 전엔 몰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란 말은 진짜였다. 내 인생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다. 정말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그렇기에 항상 눈에 밟힌다. 잠깐이라도 못 보면 보고 싶다. 떨어져 있는 시간은 지옥이다. 아빠인 남편도 같은 마음일 거다. 아니 이 세상 모든 부모가 그렇다.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러 가던 한 아빠도 그랬다. 그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라며 노래 불렀다. 아들의 이름도 넣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노래는 마지막 편지가 됐다.

☞'고유정 사건' 속 잔혹함에 놀랐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했다. 심지어 그 펜션엔 아들도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했다. 그리곤 바닷가, 소각장 등에 유기했다. 고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다. 성폭행을 막으려다 살인했다는 거다. 하지만, 꼬리가 길었다. 범행 사흘 전, 고 씨가 식칼, 표백제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청주 집에서 흉기도 챙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도 나왔다. 고씨는 태연했다. 범행도구들을 사며 포인트 적립까지 했다. 안 쓴 물건은 환불했다. ‘시신 옆에 있었기에 찝찝해서’가 이유다.

☞논란은 많았다. 우선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자 유족은 27일 밤 실종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차량이 4일간 방치됐음에도 블랙박스를 보지 않았다. 또 고유정과 ‘통화로만’ 사실 확인을 했다. 고씨가 범행 직후 피해자인척 보낸 문자에 낚이기도 했다. 범행 전후 CCTV도 유족이 찾았다. 이 사건은 때아닌 '젠더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고유정은 잔인함 탓 신상 공개가 결정됐다. 하지만 고개를 숙여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여자라서 봐주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고씨 얼굴은 취재진들에 의해 알려졌다.

☞의문점은 아직 있다. 공범 여부, 살해 동기 등이다. 다른 사건도 등장했다. 지난 3월, 고유정의 의붓아들이 돌연 사망했다는 거다. 질식사였지만, 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순 없다. 어찌 됐건 충격적이다. 한때나마 사랑했고, 함께 살았던 사이다. 또 자기 아들의 아빠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을 너무 잔인하게 죽였다. 그 뒤 태연한 모습은 더 소름 끼친다. 전문가들은 고씨가 사이코패스 또는 성격장애라 말한다. 그게 아니라면 납득할 수가 없다. 피해자가 너무 안타깝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마지막이 됐다. 피해자 시신은 아직 다 돌아오지 못했다. 죽어도 죽지 못했다. 고유정을 강력 처벌해야 하는 이유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cctoda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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