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할 만큼 뛰어나지만, 재난 앞에서는 그저 나약한 존재다. 실제로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자연재해, 전염병이 닥칠 때마다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곤 했다.

로마제국에서 가장 번성한 고대도시 폼페이를 순식간에 집어삼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 14세기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내몰았던 페스트(흑사병), 일본 관측 이래 가장 큰 위력을 보여주었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은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굳이 멀리에서 찾지 않아도, 우리는 재난으로 힘든 경험을 한 바 있다. 2004년 충청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큰 혼란을 겪었고, 올봄 강원도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마 전 발생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로 우리 국민의 안타까운 희생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겪은 국민에게 해상사고는 그 어느 안전사고보다 큰 아픔과 슬픔을 가져다주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국내도 아닌 이역만리 유럽에서 일어났고 수습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가족과 국민은 더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필자도 처음 뉴스를 접하고 탑승자 명단에 대전시민 네 명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갑작스런 비보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피해자 가족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난 지금, 선체 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희생자의 일부가 국내로 운구되고 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희생하신 모든 분의 명복을 빈다.

이번 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 오늘날 발생하는 재난은 규모와 범위 면에 있어 훨씬 광범위해졌으며, 피해 또한 커졌다. 자연재난이 주를 이룬 과거와는 달리 현대에는 사회적 재난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재난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상황에서 안전불감증까지 더해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헝가리 유람선 사고가 그렇다. 폭우로 다뉴브강의 수위가 높아진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가장 기본인 구명조끼도 채우지 못한 채 악천후 속에서 여행을 강행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연하게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도 한 원인이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태풍, 홍수, 지진, 해일, 폭설 등과 같은 자연적 재난을 우리 인간이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 재난의 발생률을 제로화할 수도 없다. 거기에 국경을 넘나드는 각종 전염병을 완벽히 차단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재난은 한번 발생하면 국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상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가능한 최대한의 예방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최선의 방법이다.

한 예로 지난 2002년, 우리나라는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중국발 사스(SARS)를 완벽하리만큼 차단에 성공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 불리며, 우리나라의 보건정책을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보여준 국가대응력은 정말 무기력하고 무능력했다. 초기 소극적인 대응으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감염자가 나오고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다, 우리 대전도 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격리되는 불편을 겪었고, 열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많은 피해를 남겼다.

모든 재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예방과 대비가 철저하고 대처가 잘 이뤄진다면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강조하고 싶다. 미리 준비하면 근심이 없다.

당장 나와 상관없는 일이고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가 감기와 큰 병에 걸리는 것을 대비해 예방주사를 맞고 보험을 드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빈틈없는 재난대응메뉴얼 마련과 실전과도 같은 훈련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개개인도 재난대비 행동요령을 익혀두어야 실제로 그러한 상황들이 일어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행복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도 같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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