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한 언론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기준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2024시간으로,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장시간 근로하는 나라다. 그러나 노동 생산성만 놓고 봤을 때 한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회원국 22개국 중 17위다. 이것은 장시간 근로자가 생산성에 있어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하는 방식에 있어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야근, 회의 보고, 업무지시가 있다. 야근은 주당 평균 2.3일로 나타났으며 3일 이상 한다는 응답도 43%나 됐다. 따라서 대개의 직장인들은 주중에 저녁 약속을 잡기 힘들다. 언제 야근을 하게 될지 모르고 설사 야근이 없는 경우라도 회식이라는 복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직장인들이 야근이 많은 이유는 비효율적·비생산적 회의와 형식적이고 과도한 보고 때문이다. 현실 속 회의 문화를 살펴보면 첫 번째로 회의를 주최·주관하는 사람이 높은 직급인 경우 낮은 직급에서는 잘못된 부분에 대해 건의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회의는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 또한 낮은 직급이나 중간관리자급에서 준비하더라도 동일한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회의에 필요한 스킬이 부족하거나 회의 안건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두 번째로 회의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하려고 원칙을 준수해 보지만, 회의 종료 후 해당 의제에 대한 회의가 계속 이어진다. 후속 조치들에 대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아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의제도 공유되고 회의 시간도 준수했지만, 후속 조치에 대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구성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형식적인 과도한 보고 문화의 첫 번째 문제점은 업무 지시의 불명확함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서도 나온 내용이지만 상사의 업무지시는 대개 두루뭉술하게 진행된다. "00건에 대해 좀 알아봐", "~에 대한 시장분석 자료 좀 정리해서 줘"와 같은 식이다.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게 의도를 파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꽤나 애를 먹게 된다. 애써 작성한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 이거 말고~"나 "이런 것까지 바란 건 아닌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상사의 두루뭉실한 업무 지시에 아랫사람이 고민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두 번째로 보고, 업무가 진행되면서 발전하는 상사의 요구 사항이다. 처음에는 비교적 간단히 업무 지시를 내렸지만, 중간보고를 받아보니 상사의 입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거나 추가로 궁금한 부분이 발생하는 경우다. 업무 지시 당시에는 구체적이지 않았던 부분이 중간보고를 받거나 업무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고 보다 명확해지면서 최종 결과물에 대한 방향성이 잡히는 것이다.

이러한 업무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상급자와 하급자 간에 서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하고, 상급자는 업무를 지시할 때 업무의 추진 배경과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줘야한다. 하급자의 경우 자신이 업무를 지시받으면서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나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있어 상급자에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런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내 전산망을 활용해 구체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다. 혹자는 구두로 지시하면 됐지 번거롭게 시스템에 입력까지 해가며 업무 지시를 해야 하냐고 하지만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고 수정, 보완하느라 시간을 날려버리는 것보다는 번거롭더라도 초기에 약간의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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