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좌담회] 이력서만 100장을 쓰다… 청춘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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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좌담회] 이력서만 100장을 쓰다… 청춘은 ‘쓰다’
  • 최윤서 기자
  • 승인 2019년 06월 10일 19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1일 화요일
  •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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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종착역에서 쓴 청춘일기]
창간 29주년, 29세에 청춘을 묻다
문과 출신 취업생 여전히‘문송’
전공 연계·적성 등은 모두 고민
예술가, 열정 커도 항상 생계걱정
취업해도 불합리한 관행에 위축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청춘.’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다. 이토록 밝고 긍정적인 의미인 청춘에 언제부터인가 ‘불안하니까’, ‘아프니까’, ‘막막하니까’와 같은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다. 취업 대신 시집을 간다는 의미의 줄임말인 ‘취집’부터, 31세까지 취업을 못하면 절대 취업을 못한다는 씁쓸한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 ‘삼일절’까지… 이 땅의 청춘들은 오늘도 흔들리는 중이다. 충청투데이는 창간 29주년에 맞춰 다양한 분야의 29살(1991년生) 청년 4명을 만나 고민과 일상생활을 들어봤다. 좌충우돌 취업기와 연애와 결혼을 바라보는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 청년의 걱정과 꿈을 엿볼 수 있었다. 반복되는 실패에 쓰디 쓴 좌절감을 맛봤고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혀 때론 방황도 했지만, 이들은 결국 한층 성장한 미래의 ‘나’를 기대하며 행복을 꿈 꿨다. 그리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한 번 뿐인 자신의 ‘청춘’을 열렬히 응원했다. 어느 화창한 봄날 동갑내기 청년 4명을 대전청년공간 ‘청춘 DODODO’에서 만났다.

참여한 29세 청년은…
▶김대욱(한국전자통신연구원·연구원)
▶김순영(한밭도서관·공무원)
▶박종욱(미술작가)
▶이동근(계룡건설·사원)
 

▲ 좌담에 참여한 청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욱 미술작가, 김대욱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원, 김순영 한밭도서관 주무관, 이동근 계룡건설 사원.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 좌담에 참여한 청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욱 미술작가, 김대욱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원, 김순영 한밭도서관 주무관, 이동근 계룡건설 사원.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이력서 100장은 ‘기본’, 탈락의 아픔은 ‘서비스’

취업이 어려운 문과생들을 나타내는 대표 수식어구인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일명 ‘문송합니다’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문과 출신 청년들은 여전히 취업 현장에서 ‘문송했다.’

-문과 출신의 취업 현장, 실제로는 어떤가.

역사학을 전공한 전형적인 문과생 이동근 씨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취업을 위해 100장이 넘는 이력서를 작성했던 끔찍한 기억이 있다.

현재 건설회사 총무팀에서 근무하는 동근 씨는 문과라서 서러웠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고인다.

"백화점, 공공기관, IT기업 등 인턴생활은 기본이고, 하루에 10군데 이상 서류에서 1차 탈락 하기도 했다. 처음엔 떨어지면 속상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나중엔 불합격해도 아무렇지 않게 되더라. 떨어진 기업 수를 세고 딱 그 2배 만큼 써보자고 작심하고 보니 100장이 넘었다." -이동근 사원(계룡건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공무원 김순영 씨의 한때 꿈은 기자였다. 공무원시험 만큼 치열한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그는 일단 나이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다. 언론사 역시 신입 연령에 대한 보이지 않은 커트라인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당시 26살이었던 그는 자꾸만 마지막행 열차를 탄 것 같은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느낌을 계속 받았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니 당연히 언론사를 들어 가야한다는 책임의식 같은 것도 있었다. 나이는 먹어가고 부모님께 계속 손 벌리는 것도 죄송해 과감하게 포기하고 나이 제한이 없는 공무원 시험을 택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천만다행으로 운 좋게 9개월 만에 합격했다.” -김순영 주무관(한밭도서관)

-비교적 취업이 쉽다는 이·공계열은 이 같은 취업난 이해되나.

기계학과 출신인 연구원 김대욱 씨의 취업과정은 이들과 조금 다르다. 물론 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졸업 후 현재 근무하는 연구소에 들어오기 까지 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더욱이 병역 특례 지원으로 보다 수월하게 입사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은 문과 출신 청년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다만 대욱 씨는 입사 후에도 적성을 고민했다.

“지금 하는 인공지능 연구가 그동안의 공부와 잘 연계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다. 이쪽은 사실 컴퓨터공학과 더 밀접한데 과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지 일정기간까지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것 같다.” -김대욱 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예술가로서의 입장은 또 다를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미술의 길을 걷기 시작한 예술가 김종욱 씨의 상황은 다소 특별하다.

“편집·디자인 회사나, 미술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대학 동기들과 달리 고독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택했다. 잠시나마 공공기관에서 사무 일을 한 적도 있지만 예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만 더욱 더 확실하게 느꼈다. 올해 드디어 그토록 원했던 나만의 작업공간이 생겼다. 예술가에게 작업실은 상당한 의미다. 일반적인 취업의 개념이 남들과는 다를 수 있지만 생계에 대한 걱정은 언제나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것이 예술가라는 직업인 것 같다.” -박종욱(미술작가)
 

▲ 좌담에 참여한 청년들이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 좌담에 참여한 청년들이 계단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탈출한 취업전선, 진짜 전쟁은 이제 시작

간신히 백수를 면했더니 이들이 직장에서 마주한 것은 닳고 닳은 상사와 수직적 조직문화였다. 회사는 하얀 도화지 같은 신입사원에게 불합리하지만 관행이라는 단어로 정례화되는 수많은 것들을 가르친다. 그렇게 그들도 자연스럽게 ‘꼰대’가 되어 간다.

-조직 내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걸꺼다. 어떤 상황에서건 자유롭게 발언하기 힘들다. 용기내서 몇 마디 해도 ‘내 의견이 과연 받아들여질까?’ 하는 소심한 생각이 따라 붙는다.” -이동근 사원(계룡건설)

직장·결혼 힘들지만, 꿈만은 달다…청춘은 ‘달다’

[창간29주년-20대 종착역에서 쓴 청춘일기]
공부·일보다 더 어려운게 ‘연애’
결혼, 경제적 문제…집부터 고민
30대, 불안하지만 희망걸며 위로
작품 발전·평범한 가정 등 꿈 꿔

절차와 원칙이 우선시 되는 공무원 조직도 갓 들어온 20대 젊은이가 보기엔 이상한 점 투성이다.

“처음 발령을 받았을 무렵을 떠올리면 다소 의아했던 부분이 있다. 상사나 부서에 따라 업무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만 어떤 상사의 경우 형식적인 의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민 행사에서 귀빈 좌석 배치 순서 등을 정할 때 일반적 시각에서는 저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공무원들은 이 부분이 아주 아주 중요하다. ‘이걸 왜 해야 되나’ 싶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자 의문을 가졌던 나조차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될 때가 있다. 그런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놀라곤 한다.” -김순영 주무관(한밭도서관)

-당신이 만났던 ‘꼰대’는.

“때로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잠을 자거나 산책을 하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점심시간에 혼자 있으면 으레 ‘왜 혼자 있어?’, ‘같이 커피 한 잔 해야지’라는 말을 듣는다.” -이동근 사원(계룡건설)

“간혹 선배들 중 ‘작품이 잘 팔리려면 어둡게 그리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그리면 작품 못 판다’ 등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 이미 모든 예술가들은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충분히 고민을 하고 있다. 선배들의 이런 말들은 오히려 작업을 더 방해할 때가 있다.” -박종욱(미술작가)

▲ 청년들이 대전청년공간 ‘청춘 DODODO’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 청년들이 대전청년공간 ‘청춘 DODODO’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연애는 안 해도 문제 해도 문제, 결혼은 무조건 문제?!

"연애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20대 후반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질문. ‘남자(여자)친구 있니?’ 연애는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보이지만 현실 속 대부분의 청년들은 공부·일보다 더 어려운 것을 연애로 꼽는다.

-여러분의 연애는 안녕한가.

“연애를 안 한지 어느덧 3년이 다 돼 간다. 온 몸의 연애 세포가 죽은 것 같다. 인생에서 연애나 결혼은 선택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워낙 개인주의적인 성격인 탓도 있긴 한데 연애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에 결혼은 더욱 더 먼 미래 이야기다.” -김순영 주무관(한밭도서관)

“지금까지는 연애보다 취업이 우선이었지만 막상 취업을 하니 슬슬 결혼에 대한 걱정이 밀려온다. ‘누군가의 반려자로 잘 살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것부터 묻게 되면 연애가 더욱 어려워진다. 또 어른들 입장에서는 슬슬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라 이따금씩 재촉을 받기도 한다.” -이동근 사원(계룡건설)

“결혼은 예술가 커플 사이에서는 금기어로 불린다. 결혼이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논하기 무척 어려운 주제다. 한 달에 50만원 벌까 말까한 상황에서 작업실 임대료,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저 버티기만 해도 다행이다. 내게 결혼은 아직 사치라고 느껴진다.” -박종욱(미술작가)

“대학원 연구실 캠퍼스 커플로 3년째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 중이다. 물론 결혼 생각은 있지만 신혼집을 어디다 마련해야 할지 등 현실적인 고민부터 따른다. 서울서 직장을 다니는 여자친구는 대전에서 살기를 꺼려한다. 어떤 사람은 주말부부가 좋다고도 하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거주지만 같았어도 결혼 시기를 훨씬 더 빨리 결정했을 것 같다. 포항이 고향인 난 대전이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서울에서 오래 산 여자친구는 (웃으며)아무래도 대전에 대한 (심심한 도시라는)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조금씩 설득하고 있다.” -김대욱 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 청년들이 대전청년공간 ‘청춘 DODODO’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 청년들이 대전청년공간 ‘청춘 DODODO’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여전히 불안한 우리, 서른이 되면 조금 나아질까요?

20대의 종착역을 지나고 있는 이들은 미숙하지도 그렇다고 온전하지도 않은 우리 사회의 애매한 어른이다.

예술가 종욱 씨는 밤새 작업 하고 새벽에 꺼내먹는 냉동만두 다섯 개에 행복을 느낀다. 돈을 생각했다면 애초에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는 어느새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어른’이 됐다.

그들은 30대가 시작 돼도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알지만 오늘도 크지 않은 희망을 걸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당신이 꿈꾸는 30대.

“가끔 침대에 누워 수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전’ 같이 말이다. 서른이 된다 해도 내 생활은 똑같겠지만 조금이라도 발전해 있을 자신감은 있다” -박종욱(미술작가)

“결혼, 출산, 일 등에서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고 싶지 않다. 추구하는 행복의 정의 역시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물론 순간순간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그 과정에서 힘들 수 있겠지만 결국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만 명확하다면 나름 괜찮은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순영 주무관(한밭도서관)

“업무적으로는 뛰어난 연구 성과를 통해 (웃으며)충청투데이와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될 날을 꿈꾼다. 생활적으로는 큰 욕심 없이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물론 평범함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30평대 아파트에 패밀리카 하나 있고, 아들 하나 딸 하나, 저축 100만원 정도 할 수 있다면 내겐 이상적인 삶일 것 같다” -김대욱 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향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신입사원은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이해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사원들이 가장 많이 퇴사하는 시기가 3년 이내라고 한다. 상사의 꾸지람, 직장 내 존재가치 등 계속해서 회의하고 자책하겠지만 일단 입사 1년간은 지금 하는 일이 재밌는지 재미없는지는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신입사원으로서의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 이후 회사에 대한 판단을 할 때 명확하고, 현명하게 결론 내릴 수 있도록 내게 남은 20대를 잘 마무리 하고 싶다” -이동근 사원(계룡건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