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 훈련중 행군훈련.

#.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맞았던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여 살다가 군대로 모였으니 정신 개조와 군인정신 함양 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효용을 인정할지 몰라도 1979년 봄 진해에서 14주 훈련 기간, 구타와 기합의 기억은 4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선연하다. 주로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렸고 그 외에 갖가지 명분으로 어지간히 맞았던 것이다. 팬티 차림에 칫솔로 단체 총검술, 식당 앞 방화수통에 들어가 동료들의 식사모습을 지켜보는 벌칙을 받은 동기생도 있었다. 훌륭한 군인, 강인한 장교를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름 이해는 하지만 합리적인 이유 없는 과다한 구타는 마음 한켠에 트라우마로 남았어도 그 시절 훈련 과정의 가혹한 체벌은 이제 돌아보니 군대생활의 추억을 증폭시키는 원천이 된 듯 하다.

#. 병영문화가 상전벽해라 할 만큼 크게 바뀌어 민주화되고 신세대 병사들에게 적합한 수준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구타와 자존심을 훼손하는 체벌이 사라졌다 하고 단축된 복무 기간, 높아진 급여, 개선된 병영환경은 부럽다. 최근 육, 공, 해군에서 각기 완전군장 행군과 총검술을 폐지하고 정신교육 축소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신세대 장병들의 훈련과 복무기간이 줄어들고 현대전 양상이 바뀌는 등 여러 변화 요인이 있겠지만 자유분방한 청년이 군인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최소한 완전군장 20㎞행군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가녀린 여성들도 무거운 배낭을 메고 800㎞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하루 20㎞ 이상 걷는데 건장한 장정 훈련 과정에서 이 대목을 폐지한다는 발상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하다. 총검술은 총탄 소진 시 대검을 꽂고 적과 육박전을 벌이는 상황을 대비한 것이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군측의 주장이지만 실제 그런 전투를 상정하기보다는 군인의 기본정신과 역량 함양을 위한 과정이 아닐까. 바다와 함정 생활 등 위험요인이 많은 해군에서 정신교육은 타군에 비해 특히 중요한데 과거 상대적으로 많았던 시간 수를 조정한다지만 교육 시간 축소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행군, 총검술, 정신교육은 환경과 여건이 바뀌어도 강건한 정신과 육체를 위한 군인 양성의 기본과정으로 오랜 세월 기여한 바가 크다. 정예국군을 위한 새롭고도 열린 논의가 필요한 이즈음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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