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현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에서 헝가리인들이 모여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현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다리에서 헝가리인들이 모여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다. 때론 그 사실이 설렘일지 몰라도 때론 너무 가혹하다. 허망함에 하늘을 원망하게 된다. 이번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도 그렇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대형 크루즈에 추돌당한 뒤 침몰했다. 이 유람선엔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있었다. 이 사고로 2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누군가는 부모를 잃었고, 또 자식을 잃었다. 한 배를 탔던 부부·남매의 운명이 갈리기도 했다.

☞사연을 들어보면 더 기가 막힌다. 첫 해외여행으로 들떴던 남매, 부모님 효도관광 시켜드린 딸, 퇴직 기념 부부동반 여행… 즐겁던 여행이 비극으로 끝났다. 아름다운 야경은 마지막 풍경이 됐다. 강물은 눈물이 됐다.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릴 길이 없다. 같은 충청권 주민도 있었기에 더 애달프다. 사고 유람선에 탔던 대전·세종·충남 주민은 8명이다. 이들 중 6명은 숨지거나 실종됐다. 지자체들은 예정된 행사를 축소·취소했다.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막을 수 있었기에 더 비극이다. 크루즈 선장이 추돌임을 알고도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나왔다. 심지어 불필요한 후진으로 탈출을 방해했다고도 한다. 그리곤 가던 길을 갔다. 뺑소니를 친 셈이다. 추돌 전, 추월 교신도 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럼에도 그 선장은 무죄를 주장한다. 뻔뻔하기 그지없다. 관광객들이 구명조끼를 하지 않았던 점도 충격이다. 사고 유람선은 7초 만에 뒤집혔다. 구명조끼가 있었다 해도 찾아 착용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구조당국도 문제였다. 헝가리 경찰청은 악천후를 이유로 구조 헬기를 투입하지 않았다. 결국 이 비극은 인재(人災)였다.

☞아직 멀었다. 우리는 물의 무서움을 봤다. 여전히 아픈 세월호 참사, 얼마 전 헝가리 비극까지… 하지만 달라진 건 없다. 안전을 외치지만, 그때뿐이다. 한강 유람선만 봐도 그렇다.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안내방송도 흘려듣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전한 안전불감증이다. 모두가 '설마…'란 생각뿐이다. 안일함이 불안함을 이긴다. 항상 잃고 나서 고치니 문제다. 달라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존 수영의 평생교육론'에 공감한다. 사고를 막는 법도 중요하지만, 대처하는 법도 중요하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항상 최악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비극은 다신 없어야 한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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