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조현병 환자로 추정되는 4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면서 어린이와 예비신부 등 3명을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어제 오전 7시34분께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던 라보 화물차가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 박모(40) 씨와 박 씨의 아들(3)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포르테 승용차 운전자 최모(29) 씨도 숨졌다. 숨진 최 씨는 이달 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인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경남 양산에 사는 박씨는 이날 새벽 자신의 화물차에 아들을 태운 채 고속도로를 19㎞가량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 숨진 박씨는 평소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 8분전에 '최근 박 씨가 약을 먹지 않아서 위험하다'는 박 씨 아내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상태였다. 고속도로순찰대에도 사고 15분 전부터 역주행 트럭이 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경찰 대응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현병 환자 관리 및 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사례다. 조현병 환자가 방치되다보니 예기치 않는 사건 사고로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을 비롯해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50대 친누나 살해 사건 등에서 보듯이 이미 참극이 예고됐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후과(後果)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번 사고 또한 가족 등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 재활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는 교훈을 남겼다.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는 '환자 인권'과 '사회 안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제기해준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응급상황 초기부터 환자 치료까지 24시간 대응체계를 골자로 한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우선조치'를 발표했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경찰·구급대원과 함께 응급현장에 출동할 응급개입팀을 설치 운영하는 것만으론 역부족이다. 본인 및 환자 가족에 의존하고 있는 현행 구조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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