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호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민원팀장

"아줌마! 아직 멀었어요? 주문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기요, 아직 멀었나요? 저 바쁜데…", "예, 예, 다 돼 갑니다. 지금 나갑니다."

식당에 가면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말들이다. 특히 점심시간이면 더 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셀프식당이 유난히 많아졌다. 물론 빨리빨리 문화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식당에서 빨리해 달라고 재촉하지 말라고 했다. 빨리빨리를 외치면 식당 주인이 화가 나서 음식에 몹쓸 짓을 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 하라고 외쳐댄다.

비단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유명하다. 어느 여행 전문가가 프랑스 식당에서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 손님이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유럽 사람들은 점심시간이 1~2시간 정도여서 식탁 회전율이 낮은데 한국 사람들은 식사 시간이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빨리빨리 문화 덕분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경우도 있다. 그중 으뜸은 바로 토목 기술일 것이다.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과 빨리빨리 문화가 접목돼 세계인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해준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어떤 문화든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빨리빨리 문화에 지친 우리들의 모습을 돌이켜 봤으면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삶에 대한 즐거움보다는 사회적 지위는 어떤지, 경제력은 어떤지 등에만 골몰하고 있다. 현재 위치에서 잠시 멈춰보자.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하늘을 보자.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이렇게 뛰어가고 있는지, 걸어갈 수는 없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계절은 늘 그렇듯 바뀌고 있는데 그 계절이 바뀜을 알고는 있는지, 그 계절에 무슨 꽃이 피었다 지고 어떤 꽃이 새롭게 몽우리를 틔우고 있는지 알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있는지 숨을 좀 쉬면서 생각을 해보자. 빨리빨리 문화에서 조금은 천천히 문화로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여전히 민원실은 바쁘다. 늘 시간에 쫓기는 민원인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바쁘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생각이 급해진다. 그러다 보면 옆 사람을 보지 못한다. 배려가 사라져 버린다. 손을 내밀어보자. 내 손을 내밀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않을까? 나 또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수도 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과감히 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한다. 당당히 도움을 받고 그 힘을 원천으로 나는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베풀면 되지 않겠는가. 너와 나만 주고받지 말고 너와 나 우리가 모두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이웃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 보자.

배려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제 내 손을 내밀어 보자. 누군가는 그 손을 잡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