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근 논산여중 교사

자전거는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시계초침 또한 흔들리며 정확한 시간을 가리킨다. 도종한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 느껴지듯 아름답고,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는 데는 많은 어려움과 진통이 따른다.

현 논산시장 핵심사업 중의 하나로 2016년(고등학교), 2017년(중학교)부터 추진되고 있는 학생 대상 '글로벌 인재 해외연수' 사업 또한 많은 어려움과 시장님의 고뇌 속에서 '흔들리며 아름답게 핀 꽃'임을 이번 인솔 교사로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가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맛 칼럼니스트 김중혁) 논산시장님은 논산 행정수반이자 칼자루를 쥐고 있는 분이다.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글로벌 인재 해외연수'를 통해 필자는 논산시장님의 인본주의적 철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울러 해당 업무를 담당한 시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자세를 통해 시장님의 뛰어난 행정능력을 직접적으로 알게 되면서 학생을 인솔한 교사로서 부족함이 없었는지 반성을 했다.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시간은 새벽 2시경이었다. 누구나 깊이 잠들 시간임에도 해외 연수 업무를 담당한 논산시청 김민수님(필자는 관광버스에 학생들 여행 가방을 열심히 싣는 김민수님을 기사로 착각하고 초면에 기사님이라고 불렀다.^^), 일본에 도착한 순간부터 시종일관 학생들의 안전과 불편함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은 오상근 실장님, 출발해서 무사히 귀국할 때까지 뒤에서 엄마역을 하신 김현숙님과 간호사 이슬기님 혹시 모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늦은 밤까지 고생하신 경찰관과 소방관 등은 학생들을 인솔한 교사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특히 오사카성 앞에서 학생들에게 격려 인사를 해주시기 위해 망중한 박남신 부시장님의 방문은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 됐다.

우리 학생들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하신 논산시 공무원들의 각자 역할을 보면서 마치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잘 돌아가는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를 보는 듯 했다. 과거 공공기관의 발전에 걸림돌 이었던 '사일로 현상(직능이기주의)'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 고종 때 경복궁에 전기가 처음 들어와 시설부실로 전기불이 깜빡깜빡하자 궁내 많은 사람들은 도깨비불이라며 놀랐다고 한다. 그 당시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일본과 비교해 볼 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등을 도깨비불로 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 문명수준을 통해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끝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를 밝혀 주는 등불이다. 민족지도자이자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독립 운동가는 "과거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논산시 '글로벌 인재 해외 연수'는 우리 학생들이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을 똑똑히 기억할 수 있는 동기유발이 되었음에 틀림이 없다.

윤동주 시인이 습작시절 사랑했던 오스트리아 시인 릴케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끝없이 여행하고 체험하라"고 했다고 한다. 끝없이 여행하는 것, 그것들이 가르쳐주고 일깨워 주는 것들은 교과서에 전혀 없는 것들이다. 아직도 '해외연수'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언간생심이다. 부모가 금수저이면 자식들의 운명도 금수저, 부모가 은수저이면 자식들의 운명도 은수저, 부모가 흙수저 이면 자식들의 운명도 흙수저로 살아갈 가능성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서라도 논산시 '글로벌 해외 연수'사업은 더욱 확대되어야 하고 변함없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자율적, 비판적 사고 능력은 퇴화되고, 지시받은 업무를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실무형'인간이 만들어 진다. 자기가 노예이면서 노예인지 모르는 인간 말이다. 이를 일컬어 '사고력 결여'라고 한다. 논산시장님의 교육적 소신과 인본주의적 시 운영철학 하에서 '사고력 결여'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논산시장님께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 시장님, 감사합니다!

논산시 '글로벌 인재 해외 연수'를 통해 도시샤 대학에 세워진 민족 시인이자 휴머니스트였던 '윤동주 시비'에 쓰여진 ‘별 헤는 밤’을 학생들과 함께 낭송하면서 학생들은 암울했던 민족의 슬픔을 느끼며 애국하는 길이 무엇인지 깨우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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